조주빈, '더러운 손 씻어내듯' 봉사..."전형적 소시오패스"

조주빈, '더러운 손 씻어내듯' 봉사..."전형적 소시오패스"

25만명은 일부 아냐...제2의 n번방 가능성 높다

기사승인 2020-03-27 04: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온라인 단체 채팅방을 통해 제작·판매한 n번방 '박사' 조주빈(25)이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견해가 나왔다.특히 채팅방에서 '박사'로 불리며 군림했던 그가 꾸준히 자원봉사를 한 것은 '속죄'를 위한 무의식적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26일 노대영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주빈이 봉사활동을 열심히 다닌 것이 주목된다. 더럽다고 생각하면 손을 여러 번 씻는 것처럼 낮에라도 자신의 범죄를 중화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어하는 논리들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이같이 전했다.

정신의학과 의료진들은 조주빈을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라고 봤다. 정식 상담이 아닌 언론에 비춰진 모습에 대한 분석임을 전제했다.

노 교수는 "조주빈의 태도에서 죄책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해야할 말을 하는 계산적 행동이다. 컴플렉스가 많은데, 관심을 통해 자존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성향으로 보인다"며 "안티 소셜인 것은 당연하다. 가학적으로 성을 착취하고,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많은 사람을 이용한 것을 통해 굉장히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이해국 가톨릭대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약자를 착취하고, 자기중심적이고 나름대로 치밀한 모습이다. 또 보상을 주면서 사람들을 조직화해 다단계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면을 보면 전형적인 안티소셜 범죄자처럼 보인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범죄자이고, 본인도 범죄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정신질환자여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차원은 아니다. 정신질환 범죄의 특성은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른다는 점인데, 그는 너무나 잘 알고있다. 오히려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n번방에 가담한 25만 명이다. 일부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광범위한 숫자라는 것이 의료계의 우려다. 이들을 단순한 '성 중독, 음란물 중독'으로 진단하기 전에  성적인 범죄를 은근히 용인하는 사회적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5만 명을 희대의 흉악 범죄를 공유한 소시오패스 급으로 봐서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 n번방 세계는 여러 사람이 흥분과 죄의식을 공유하면서 도덕체계가 무너져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n번방이 만들어진 저변에는 우리 사회에 방치된 포르노 공급과 소비 구조가 있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는 음란물이 불법인데 다른 한편으론 음란물로 큰 돈을 버는 것이 용인되고 처벌은 미미하다. 조주빈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런 틈과 인간 본성을 이용해 거대한 매트릭스를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 2·3의 조주빈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왔다. 노 교수는 "같은 방식으로 억압된 뭔가를 풀고, 이득을 보는 사례가 충분히 또 나올 수 있다. 25만 명이라는 규모를 볼 때 이미 음성적으로 만연해있을 가능성도 높다"며 "평범한 관계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자극적인 것, 왜곡된 것을 찾는 이런 문제들은 훨씬 어릴 때부터 시작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자아의식이 부족하고, 쉽게 휩쓸리는 성향의 사람들이 취약하다. 진료실에서도 현실에서는 고립된 채 온라인 속 관계에만 집착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온라인상 관계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단절된 상황에서 자칫 편향되거나 왜곡된 것들을 접하게 되면 더 쉽게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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