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코로나19 중증환자 살린 전북대병원의 자신감

87세 코로나19 중증환자 살린 전북대병원의 자신감

기사승인 2020-03-27 22:48:06

[전주=쿠키뉴스] 소인섭 기자 =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사경을 헤매다 전북대병원으로 옮겨 온 대구의 초고령 중증환자가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같이 대구에서 온 또다른 환자 2명은 퇴원했다. 

27일 전북대병원(병원장 조남천)에 따르면 대구 동산병원서 치료를 받다 폐렴 증세 악화로 지난 6일 옮겨진 윤 모(87) 씨가 중환자실에서 일반 음압병실로 옮겨졌다. 환자는 중환자실 치료 13일 만에 상태가 호전되면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자발호흡을 통해 대증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대구 경북지역 의료기관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병실이 포화상태였으며 특히 상태가 악화된 중환자를 치료할 병실이 없어 전국 병원을 수소문 중이었다. 서울 경기 강원도까지 연락했지만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할 여력이 안 된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계속되던 중 전북대병원이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대구에서 치료중이던 이 환자는 폐렴이 급속도로 악화해 숨이 점점 차오르면서 산소포화도가 80%까지 떨어지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전북대병원의 연락을 받은 대구동산병원에서는 전북대병원까지 182km, 응급차로 3시간 거리를 달려왔다.

이송 당시부터 환자의 상태가 워낙 위중해 지역 내에서는 코로나19 첫 사망 환자가 발생할 수 도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코로나19 환자의 장례절차를 점검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환자가 도착했을 때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으며 특히 산소포화도가 64%까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우선 환자의 호흡부전 치료를 위해 기관내삽관과 기계호흡(intubation & mechanical ventilation)을 시작했다. 환자는 기저질환으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경피적심혈관중재술까지 받아 심장기능이 잘 버텨주는 것이 관건이었다.

내과계중환자실 의료진은 급작스럽게 악화하는 코로나19 임상경과를 시시각각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2시간 마다 2인 1조로 교대를 하며 환자 곁을 지켰다. 더욱이 윤 씨의 경우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해서 회복되는 과정 중에 의료진은 A4 용지에 직접 쓴 수기 대화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치료에 임해야 하는 불편까지 겪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다행스럽게 환자의 심기능이 잘 버텨주었고 13일간의 집중치료 후 인공호흡기를 떼었으며 현재는 폐렴증상도 대부분 소실되었고 활력증후도 안정적이다.  

환자를 치료한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흥범 교수는 “동산병원에서 전원 당시 환자는 최대량의 산소 투여에도 이미 말초 부위는 청색증(cyanotic)을 보이고 있었으며 의식도 흐릿한 상태인데다, 자녀들이 환자의 고통을 고려해 심폐소생술을 원치 않은 상태였기에 그저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힘든 치료와 경과가 예상되었지만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고 먼 길을 장시간 달려온 의료진과 현장에서 땀 흘리는 대구경북의 의료진을 생각하며 치료에 임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대병원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국가지정음압격리병동을 가동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왔다. 대구 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이후부터는 전국적으로 준중증이상의 환자가 치료할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고위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시설과 병상, 참여 의료진을 늘려 사태를 대비해왔다. 

isso2002@kukinews.com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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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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