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아티스트 없어서 괜찮다?” 코로나19에도 음악축제 강행 예고

“외국 아티스트 없어서 괜찮다?” 코로나19에도 음악축제 강행 예고

기사승인 2020-04-21 05:51: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대형 야외 음악 축제들이 연기·취소된 가운데 ‘뷰티플민트라이프’ 2020(Beautiful Mint Life, 이하 ‘뷰민라’)가 내달 공연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방역 당국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최 측이 섣불리 공연 강행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뷰민라 주최사인 ‘민트페이퍼’는 지난 16일 최종 출연진 명단 공개와 함께 내달 16~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뷰민라 2020이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알렸다. 뷰민라 2020는 올림픽공원 3개 공식 스테이지(올림픽 공원 88잔디마당, 88호수 수변무대, KSPO DOME(체조경기장))에서 42팀의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뷰민라는 지난해 4만명, 지난 2018년 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거나 가을로 연기된 다른 축제들과는 상반된 행보다. 오는 25~26일 계획됐던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 2020’은 무기한 연기됐다. 서울재즈페스티벌 2020은 내달 23~24일에서 가을로 미뤄졌다. 뷰민라와 같은 날 열릴 예정이었던 ‘그린플러그드 서울 2020’(이하 그린플러그드)은 오는 7월로 변경됐다. 그린플러그드 측은 지난 15일 “깊은 고민 끝에 관객과 아티스트, 스태프 모두의 안전을 고려해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야외라도 다중이 밀집할 경우 코로나19 감염 위험의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거리 두기가 가능한 공원 나들이와 달리 야외에서 다중이 모이는 행사와 공연, 집회 등은 감염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가 느슨해진 상황에서 대형 음악 페스티벌 개최는 국민에게 ‘일상생활 전환’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9일 “지역사회에서 원인불명 집단 발생이 계속되고 있어 경계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에) 송구하지만 낙관적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지금도 2300여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오늘도 의료현장에서 마스크 자국이 얼굴이 선명한 채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의 얼굴을 떠올려 달라”고 호소했다. 

민트페이퍼 측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코로나19 관련 공지사항을 통해 관객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서로 적당한 거리 두기를 ‘권장’했다. 관객 전원을 대상으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발열 체크를 실시하겠다고 안내했다. 공지사항에는 손 소독제 구비 및 배치, 야외 스테이지 방역 실시도 담겼다.

그러나 주최 측이 내놓은 안내 대책은 ‘면피용’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정해진 좌석 없이 대중이 움직이는 스탠딩 공연에서 관객 간 1~2m 거리 두기는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관객이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다 보면 비말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커녕 권장에 그쳤다는 부분 역시 비판받는 대목이다. 

서울시 측과 관할 구청, 올림픽공원을 관리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공연 개최 여부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림픽공원은 서울시 소관 건물이 아니라며 실내도 아니고 야외에서 열리는 민간 공연에 관여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뷰민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다면서도 “송파구청에서 주최 측의 재해대처계획 신고를 접수하지 않으면 공연이 열릴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공연법에 따르면 공연장 외의 시설이나 장소에서 1000명 이상의 관람이 예상되는 공연을 하려는 자는 공연 개시 14일 전까지 안전관리인력의 확보ㆍ배치계획 및 공연계획서가 포함된 재해대처계획을 관할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또 공연법 제11조(재해예방조치)는 관할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신고받은 재해대처계획을 검토하여 적합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신고를 수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해당 조항에 대해 “적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송파구청 측은 “공연 승인을 한 국민체육진흥공단 쪽에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뷰민라 주최 측이 아직 재해대처계획을 신고하지 않아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민트페이퍼 관계자는 “외국 아티스트나 스태프, 외국인 관객들이 많이 몰리는 다른 공연들과는 달리 뷰민라는 국내 관객 위주”라며 “정부 지침에 유의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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