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의 후속 격인 의료전달체계 개선 중장기 대책이 올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미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기능에 맞는 의료 제공 및 이용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수도권 대형병원에 환자 쏠림현상이 심해짐에 따라, 적정 의료 보장과 효율적 의료체계 운영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마련해 지난해 9월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보상체계를 강화해 중증환자 비율을 높이고, 적정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병·의원급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회송 시 의사가 판단할 수 있게 했다. 또 경증·중증치료 후 관리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회송하는 시스템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지역의료 해결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역우수병원’을 지정하고 전문병원과 일차의료 등의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프면 먼저 ‘동네 병·의원’에서 진찰받고, 의사가 의뢰하는 적정의료기관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
아울러 중장기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의료계·수요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폭넓은 논의를 해왔지만, 지난 1월부터 논의가 마비됐다. 정부는 급한 불인 코로나19부터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다.
협의체에 참여 중인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복지부에서 일단 코로나19에 집중하자고 하는 것 같다”며 “의원급의료기관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의 서비스 영역 확장·경쟁력 및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지역우수병원’ 지정 정책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었다. 이 부회장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역우수병원보다는 대다수 작은 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병원에 대해서도 인증기준을 현실화해서 모든 중소병원이 제도권 내에서 인증받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개원의의 95%가 전문의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높은 의료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단순한 게이트키퍼 역할만 맡기기에는 아쉽다. 우리나라의 우수 자원, 시스템에 맞는 의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정책은 신중하게, 서서히 변화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을 흔들면서까지 큰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자들의 병원 이용 행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실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자들의 의료 소비 행태에 따라 양상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급하거나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병원을 찾지 않았다가 대형병원 위주로 환자 수가 회복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병·의원급은 회복 속도가 더디다. 이러한 점을 보고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문제로 김 교수는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을 꼽았다. 그는 “코로나 이후에 전반적인 감염병 진료 병원 지정·공공의료체계 강화가 최우선 과제”라면서 “각 의료기관이 자기 기능을 찾아가는 쪽으로 개편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그중 병원급 의료기관은 대도시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기능을 못 하거나 악화한 경우가 많다. 허리에 해당하는 만큼 병원급 의료기관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의가 대다수인 개원가에 대해서는 “개방형 병원 제도를 활성화해서 외래환자는 의원급에서, 수술은 병원에서 하는 식의 방식이 필요하다”며 “전문의의 의료 역량을 위해서는 개원가로 갈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일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개원가에서 입원 진료, 수술 등을 계속 하겠다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이전과 같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향후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는 큰 개편이 올 것이다. 의료기관별로 새로운 기능에 맞는 제도와 의료전달체계 모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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