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가천대 길병원 대장항문외과 백정흠 교수팀이 ‘4세대 항암제’인 대사항암제의 임상 2a상에 돌입해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한발자국 다가섰다.
가천대 길병원은 대장항문외과 백정흠 교수(외과)의 주도로 가천대학교 약학대학 김환묵 교수팀이 개발한 전이성 대장암의 신약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1상 임상을 성공리에 마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 승인(IND : Investigation New Drug) 승인을 획득해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대사항암제 후보물질인 ‘OMT-110’은 김환묵 교수팀이 개발한 ‘메타볼리즘’ 기반의 대사조절 항암제로써 전이성 대장암 신약후보물질이다. ‘OMT-110’은 전임상에서 췌장암, 난치성 유방암, 폐암, 뇌암, 간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항암효과가 입증됐다.
특히 이번 백 교수팀의 임상1상 시험 결과, ‘OMT-110’은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게 뛰어난 안정성 및 효과를 보였다. 연구 결과, 총 15명을 대상으로 ‘OMT-110’을 적용한 후 양전자방출 단층촬영검사(FDG PET/CT)로 진행한 평가에서 심각한 약물 부작용 및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9명의 대상자에게서 안정적인 대사반응이 관찰됐고, 4명에게서는 대사조절 중 포도당 운반 감소 경향(PMR)이 뚜렷이 나타나 우수한 항암효과도 함께 밝혀졌다.
‘OMT-110’은 암세포가 정상세포와 다르게 세포의 주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소모하는데 착안한 항암제이다. ‘OMT-110’은 이 대사의 차이점에 주목해 암 세포의 대사체계를 일반 세포와 동일하게 전환해 자연스럽게 사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백 교수는 “이번 1상 임상에서 우수한 안전성과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최근 개최된 ‘2020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며 “항암제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독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곧바로 약효나 적정용량을 평가하는 임상 2a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임상시험이 성공할 경우 전 세계 의료진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3세대 면역항암제를 뛰어넘는 4세대 대사항암제의 원천 기술을 우리나라 연구진이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OMT-110’은 항암제가 아닌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됐던 약물이다. 이 약물의 대장암 효과가 입증될 경우 기존 약물의 용도가 변경된 일종의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 개념도 적용된다.
임상 1상은 주로 약물의 체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의 약동학적 효과 및 주요한 부작용 등에 대한 실험이 이뤄진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결과 보고가 완료된 상태로, 우수성이 인정돼 세계적인 학술대회인 ‘2020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에 ‘전이성대장암 환자에서 OMT-110의 안전성, 효과성, 바이오마커 효과 연구(An open-label, single-arm, phase I study to assess the safety, efficacy, and biomarker effects of OMT-110 in patients with refractory colorectal cancer)’라는 제목으로 5월 말 발표됐다.
한편, 이번 임상시험은 바이오벤처기업 메티메디제약이 ‘OMT-110’의 기술이전을 받은지 1년 만에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및 약학대학과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진 성과로 주목을 받았다.
☞ 메타볼리즘 : 신진대사를 뜻한다. 생물체가 섭취한 영양성분을 몸 안에서 분해하고 합성해 생명 활동에 쓰이는 물질이나 에너지를 합성하고 불필요한 물질을 체외로 보내는 작용을 말한다.
◆ 전세계 4세대 대사항암제 개발 경쟁 ‘후끈’
4세대 대사항암제는 소위 암을 굶겨 죽이는 항암제로 전세계 연구진들이 주목하고 있다. 암세포는 무한 증식하는 특성과 함께 일반적인 세포에 비해 월등히 많은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같은 단위세포 증식이라도 암세포는 그 무한히 증식하는 특성에 비교될 만큼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4세대 대사항암제는 이 부분에 특화된 치료제이다. 암세포의 왕성한 에너지 소모 즉, 대사량을 50% 이상 낮춰 세포의 성장을 저해하고, 사멸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 중 일반세포의 대사는 기존처럼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세포의 피해는 전무하다시피하다.
백 교수는 “3세대 면역 항암제는 기존 신체 내 면역세포의 활동을 통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했다면 대사항암제는 암 세포의 에너지 공급원을 차단하는 것으로 기전이 다르다”며 “대사항암제는 치료제가 없고, 예후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난치암 환자들에게도 치료효과를 보이는 만큼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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