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핀테크 후불결제 불똥...사실상 신용카드 vs 고객 서비스 강화

카드업계, 핀테크 후불결제 불똥...사실상 신용카드 vs 고객 서비스 강화

기사승인 2020-08-04 05:00:07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IT기반 금융사)’들의 후불결제 사업이 허용되면서 사업영역이 겹치는 여신전문금융사의 반발이 거세다. 카드업계에서는 “핀테크사들에게 사실상 신용카드사업을 허용했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반면, 핀테크 업계에서는 “이익 사업이 아닌 소비자 편의 위한 서비스 확대”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26일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체들의 금융사업 진출 규제 완화 내용들이 담긴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업체들에게 최대 30만원까지 후불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간편결제업 소액결제 허용’ 부분이다.

카드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핀테크업체들에게 신용카드 사업을 허용한 것이라는 불만을 내비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초 후불결제 한도를 10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낮춰 허용하긴 했지만, 이는 향후 점진적으로 한도 상향에 대한 여지를 뒀다고 본다”라며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과 같은 건전성 규제를 받는 것과 달리 핀테크 업체들은 적용이 안돼 오히려 카드업계가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간편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업체들과 카드사들은 비슷한 금융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여신금융전문업법(여전법), 핀테크 업체들은 전자금융법을 적용받고 있다.

차이점을 보면 ▲수수료율 ▲리워드․마케팅 ▲건전성(대손충당금) 관리로 나눠진다. 먼저 카드업계는 가맹점의 매출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것과 달리 구 업체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수수료율 규제가 없다.

여기에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별다른 마케팅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과 달리 카드사들은 신상품 출시나 일회성 마케팅에 대해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또한 핀테크사들은 간편결제서비스 선불 충전시 고객에게 지급하는 ‘리워드’에 대해 별다른 규제가 없는 반면 카드사들은 선불 충전 등으로 인한 이자 지급 행위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특히 카드업계가 가장 큰 불만을 가진 차별점은 ‘건전성 관리’ 부문이다. 카드사들은 후불결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경우 일정 비율만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핀테크 후불결제 사업자들은 아직 대손충당금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카드사가 대출, 할부금융 등 사업을 할 때는 자기자본금을 기준으로 사업 규모를 제한 받는것과 달리 핀테크업체의 경우 후불결제 규모가 직전 분기 거래액의 절반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조건만 제시된 상황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표된 혁신금융 방안에 따르면 핀테크업체는 충당금 적립 의무가 없어 자기자본 대비 거래 규모가 커졌을 경우 리스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당국이 향후 진행할 빅테크 협의체에서 건전성 문제에 대한 내용을 확실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인혁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사와 경쟁관계가 아닌 좋은 파트너 관계”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파이낸셜

핀테크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기존 금융사들의 이익사업을 뺏는 것이 아닌 ‘소비자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핀테크업체 토스 관계자는 “지난달 금융당국이 발표한 혁신금융 방안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은 만큼 (후불결제) 사업 진출에 대해 확답을 주긴 어렵다”며 “만약 후불결제 사업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고객 편의성 확대를 위한 서비스 제공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8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네이버파이넨셜은 (금융사들과) 좋은 협력 파트너로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카드사의 수익모델은 신용 결제에 있지 않다. 우리가 영위하지 못하는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기능이나 현금·할부 서비스 등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아니라고 본다”고 해명한 바 있다.

금융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편익과 업권별 공정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당국이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사업에 진출하면서 금융소비자 편의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보고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라면서도 “다만 핀테크 활성화라는 사안에 집중하다 보니 기존 금융사들이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건전한 자본시장을 위한 ‘원칙’ 확립과 업권별 규제가 정당한지에 대한 여부”라며 “금융당국이 원리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소비자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핀테크, 금융사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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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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