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저축은행업계가 ‘디지털 전환’ 추세에 맞춰 점포를 줄여가면서 비대면 금융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그간 저축은행업권을 든든하게 지켜왔던 충성고객들인 장‧노년층 고객들의 ‘금융소외’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의 점포 수는 전년동기(305개 점포) 대비 13개가 줄어든 297개 지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전부터 저축은행 점포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328개의 저축은행 지점이 있었지만 ▲2016년 323개 ▲2017년 317개 ▲2018년 312개 ▲2019년 310개로 파악됐다.
저축은행 지점 감소는 ‘디지털 전환’과 ‘저비용 효율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7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과 P2P금융사의 성장으로 기존 저축은행들의 주요 수익사업이던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많아졌고, 경쟁자들의 주요 무기가 ‘비대면’인 만큼 이들과의 경쟁을 위해선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여수신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저축은행업권 특성상 최근 ‘저금리 시대’ 속 순이자마진(NIM) 감소세는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점포들을 줄여서라도 임차료와 인건비 부담을 낮추는 ‘군살 빼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현재 저축은행업권에서는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점포가 사라진 저축은행은 업권 내 디지털 뱅킹 선두주자인 웰컴저축은행으로, 1년 사이 5개 점포가 사라졌다. 지난달 부산 중앙역지점을 폐쇄하고 서면 지점으로 통폐합했으며, 이밖에도 ▲수원 시청역지점 ▲경남 창원지점 ▲서울 동대문지점 ▲충남 천안지점 ▲부산 장산역지점 등을 폐쇄했다.
지난해 11개 지점을 운영했던 JT친애저축은행도 2곳의 점포를 줄여 총 9곳의 점포만을 운영하고 있다. 대신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총 8개의 지점에서 2개 지점을 닫았고, 하나저축은행도 4개의 지점과 3개의 출장소를 운영하다가 2개의 지점을 폐쇄했다. BNK저축은행과 엠에스저축은행은 1개씩 지점을 폐쇄했다.
이처럼 저축은행업권 입장에선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이점들이 많지만, 저축은행들의 점포 감소는 기존 저축은행 주거래층 고객인 중‧장년 고객들의 ‘디지털 금융’ 소외 현상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점포 축소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1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영향과 순이자마진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노력 등으로 점포 폐쇄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권의 점포 수 축소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24일 금융발전심의회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은행권의 점포 폐쇄에 대해 “방향은 공감하지만 속도의 문제 아닐까 싶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업권은 비대면 금융은 가속화하면서 시니어 고객들에게 금융소외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적인 방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7월부터 시니어 거래 고객들의 비대면 금융이용 활성화를 위해 업계 공용모바일뱅킹인 ‘SB톡톡플러스’에 ‘큰 글씨 뱅킹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영업점 방문 거래에 익숙한 시니어 고객의 거래편의를 위해 기존 약관 대비 글자 크기를 2배 이상 확대한 ‘큰 글씨 예금거래약관집’ 배포와 함께 금융교육 동영상 제작과 소비자포털 시니어코너 게시판을 통한 금융정보 제공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점포를 많이 줄였던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안으로 각 지점에 ‘디지털 매니저’를 배치, 디지털 소외계층들에게 서비스 지원과 함께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웰컴저축은행은 디지털 전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 개편해 적극적인 비대면 금융서비스 보급에 나선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2020년 현재 저축은행은 비대면을 무기로 중금리대출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P2P(개인간거래)금융사 등 격화된 경쟁 속 ‘생존’을 위해 비대면 금융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디지털 금융을 가속화하면서 20~30대 고객들을 유치하되, 기존 장‧노년 고객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비대면 금융 교육 및 보급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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