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300인 이상의 대형학원과 PC방, 유흥시설 등 고위험시설 운영이 중단됐다. 이에 지방 학원·PC방 ‘원정’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21일 대구의 한 대형 재수학원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학원 등록을 문의하는 학생·학부모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하루에 5~6통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 재수학원이 문을 닫자 일부 학부모들이 지방 원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원 관계자는 “문의가 오고 있지만 등록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없다”며 “(수도권 학생이 등록하는 것에 대해) 재원생들의 우려도 크다. 코로나19 음성 판정 진단서 등을 갖고 오는 경우에만 등록하도록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는 ‘PC방 원정을 떠난다’는 글도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는 충남 천안 등이 원정의 ‘성지’로 꼽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도권 전철 1호선 천안역과 두정역 인근의 PC방 사양과 시세 등이 공유됐다. ‘에브리타임’ 등 각 대학 커뮤니티에도 수강신청을 위해 수도권에서 천안으로 원정을 떠난다는 글이 게재됐다.
두정역 인근의 한 PC방에는 21일 오전 10시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자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180석 중 60석이 찼다. PC방 관계자는 “평소 오전 시간에 25석 차던 것과 비교해 손님이 많기는 하다”면서 “수강신청 기간과 맞물려 손님이 많은 것 같다. 수도권에서 온 손님들인지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26)는 “수도권에 사는 친구 중 서너명이 모여 천안으로 PC방 여행을 떠났다”며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고사양 PC가 5~6대 마련되어 있는 모텔이나 펜션 등을 찾아 방문한다”고 이야기했다.
비판도 인다. 수도권의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타 지역 이동은 ‘이기적인 행태’라는 지적이다. 온라인에서는 “천안에 사는데 수도권 사람들이 원정을 온다니 너무 두렵다” “지난 3월 대구처럼 수도권에서 타 지역으로 가는 교통편을 축소시켜야 한다” “대구 난리 났을 때는 대구 봉쇄 이야기가 나오더니 수도권을 봉쇄하자는 왜 없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정부는 16일 오전 0시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2단계로 격상했다.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4명이다. 지난 8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1900여명에 달한다. 정부는 “불필요한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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