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비오듯 흐르는 더운 8월의 어느 날 김진용 뉴플로이 대표(사진)를 서울 논현동 사옥에서 만났다. 편안한 표정과 차분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김 대표는 비콘(beacon)을 이용한 출퇴근 관리 서비스 ‘알밤’을 운영하는 뉴플로이 최고 책임자이자 경영자다.
최근 창사 5년을 맞아 사명을 푸른밤에서 뉴플로이로 바꿨다. 김 대표는 앞으로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근로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를 만드는 IT회사’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뉴플로이라는 회사 이름은 '새로운 종류의 근로자(뉴 카인즈 오브 임플로이어 & 임플로이, New kinds of Employer & Employee)의 뜻이에요. 작년 말부터 서비스 리브랜딩을 하면서 조항수 전 카카오프렌즈 대표의 자문을 받고, 디자인 회사와 협업해 만들었습니다.”
출퇴근 관리 서비스인 알밤은 현재 13만명의 사업자가 이용하고 있다. 이용자 수는 무려 40만명에 달한다. 다달이 일정한 금액을 받고 법인사업자들에게 직원 출퇴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현재는 KT, 풀무원, 멀버리, 메트로시티 등 대기업과 글로벌 패션 기업들이 알밤의 주요 고객이다. 하지만 알밤은 소상공인들에는 문을 활짝 열었다. 뉴플로이 측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함께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소상공인 서비스 무료화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뉴플로이로 회사 이름을 바꾼 이후 기존에 초점을 맞췄던 사업자는 물론, 직원을 위한 혜택도 점차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유저가 늘어나면서부터 다양한 금융 서비스나 복지 혜택에 대한 고객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성실한 근로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바탕으로 여러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비상금대출 형태의 금융상품도 그렇고, 일종의 사원을 위한 ‘복지몰’ 형태도 저희가 은행과 함께 개발한 게 있습니다. 저희가 가진 근로데이터로 신용을 보장하는 거죠. 출퇴근 체크를 매일 기록하고, 활동성이 리얼타임으로 나오니까요. 1금융권 두 곳과 일을 해 왔고, 하반기에 먼저 서비스가 출시될 것 같아요.”
사업주 쪽을 위한 서비스는 어떨까. 올 8월 초 고정 지출비 분석 서비스 '알밤 페이데이'를 선보였다. 계좌를 연동해 두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분석해 매월 급여일에 돈이 부족할지 아닐지를 예측해 알려준다. 향후에는 알밤 페이데이를 통해 급여이체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저희가 출퇴근 기록기를 2년 동안 잘 해왔고, 그후 2년 동안 급여계산을 자동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고 만들어 왔습니다. 얼마 전인 8월 초에 급여를 이체할 수 있는 ‘알밤 페이데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따로 만들어 출시했어요.”
이어 김 대표는 9월 초에는 급여이체에 이어 급여이체 명세서까지 제공하는 인사담당자용 원스톱 급여 아웃소싱 서비스(payroll BPO)를 새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회사마다 다른 인사제도나 비용처리까지 반영 가능하고, 세금 신고납부를 도와주는 파트너사들을 통해 원천세 신고납부까지 관리할 수 있다. 이 같은 세세한 사항까지 관리할 수 있는 앱은 유일하다고 김 대표가 자신 있게 말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다양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숨가쁘게 보폭을 넓혀가는 뉴플로이. 김 대표는 “지금까지 해온 게 궁극적으로는 이런 확장을 준비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요즘 잠을 잘 못 잔다”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근로데이터 사업을 어떻게 시작했을까.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김 대표는 어느 날 새로운 도전을 위해 3년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김 대표는 매월 아르바이트비를 계산하고 급여이체와 세금 납부 등 일련의 일들이 매우 불편하고 어렵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뉴플로이의 시작이었다.
“알바비 계산하고, 출퇴근 관리 한 다음에 급여이체를 하고, 원천세 납부하고 이런 전체 과정이 달마다 돌아오거든요. 귀찮아서 처음에는 근무기록을 종이로 쓰다가, 알바생들에게 출근 인증샷을 찍게 해 엑셀 파일명으로 정리하다가, 나중엔 액셀로 급여가 계산되게 하는 모델을 처음으로 만들었죠. 그것도 귀찮아져서 앱을 아예 만든 거예요.”
처음부터 비콘 형태를 택했던 건 아니었다. 첫 선택은 GPS였지만, 100m 미터 바깥에서도 잡힐 때가 있어 정확도가 높지 않고, 위치추적이 될 수도 있어 사생활침해 우려도 있었다. 그 다음이 와이파이였다.
그러던 중 2014년 9월에 정식으로 서비스를 다듬으면서 블루투스 신호를 쏘는 비콘으로 바꾸었다. 알밤이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비콘 기기를 통해 사업자마다 고유한 신호를 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생산된 출근기록의 정확성이 가장 잘 잡히는 형태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직원이 직접 앱을 켜서 출퇴근 버튼을 누르는 시점에만 사업장 신호범위 안에 있는지를 판별하게 된다. 지문 인식 서비스보다 위생적이고 편리한데다가, 여러 명을 동시에 출석 체크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아 보안 이슈도 피해갈 수 있다.
“저희가 근로데이터 중 정말 로우데이터(raw data)까지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 중 하나입니다. 이 업계 상장사례도 하나 없는 퍼스트 무버였어요. 2014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계속 디벨롭(개발/성장)하면서 여기까지 온 거죠.”
김 대표의 말대로 현재 클라우드 기반으로 근로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를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은 뉴플로이가 유일하다.
앞으로 목표와 꿈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미국의 HR 소프트웨어 기업 구스토(Gusto)를 언급했다. 급여자동화 소프트웨어 회사인 구스토는 2019년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스탠퍼드대학교 동문 3명이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이었지만, 설립 8년만에 직원 800여명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앞으로 한국의 구스토 같은 회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뉴플로이의 성장이 꿈이라는 김 대표는 “2017년 5월부터 서비스한 급여계산 누적액이 올해 8000억원, 올 한해에만 4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이 금액이 전체 국내 회사 급여이체의 절반 정도, 수백억 단위로 늘어날 때까지 하는 게 목표이기도 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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