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유진 인턴 기자 =“일시취재증으로는 본청 출입이 어렵습니다”
지난달 장대비가 내리는 날 국회 본청 입구 안내데스크. 선배 대신 미래통합당 의원총회 취재를 ‘명’ 받은 기자는 난감했다. 9시 시작인 의총에 늦어버린 데다가 출입조차 막힌 것.
“선배가 늦어져 대신 왔습니다”라고 사정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일시취재증으론 출입이 안 돼요. 통합당 공보실에 연락해 허락받아야 합니다” 칼 같았다.
이처럼 국회에 출입 등록되지 않은 기자들은 ‘일시취재증’을 발급받지만 취재에 제약이 생겨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정당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만 듣고 입장을 거부당하기 일쑤다. 한시가 급하게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당 사무실 이곳저곳 전화하고 허락을 구해야 해 난감하기까지 하다.
국회에서 발행하는 취재증은 상시·장기 출입증과 일시취재증 세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상시·장기 출입증은 국회사무처에 등록한 기자들이 발급받을 수 있으며 취재에 제한이 없다. 다만, 언론사마다 상시·장기 출입증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다. 때문에 매일 취재 일정이 바뀌는 영상팀을 비롯한 기자들은 하루, 일주일 단위로 일시취재증을 받아야 한다.
일시취재증을 보유한 기자들은 본청과 의원회관 등 다른 건물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해당 건물 안내 데스크에서 매번 신분증 또는 출입증을 바꿔야 한다. 또 의원실 혹은 정당 회의 취재에 들어갈 경우 기자의 방문을 사전에 승인 받아야 한다. 일시취재증의 취재 허용 장소는 소통관 기자회견장, 본회의, 상임위원회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만약 의원실이나 정당에서 기자의 취재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건물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국회 내 취재에 제동이 걸리다 보니 기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정책 토론회에 자주 취재 나간다는 A 기자는 “매번 회관 방문 시 방문증 발급받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A 기자는 “의원회관이 취재지고, 소통관이 기사 작성 장소여서 두 건물을 번갈아 출입해야 하는 상황이 잦다”라며 “일시취재증만으로도 의원회관과 소통관 출입이 자유롭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시취재증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B 기자는 “일시취재증은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느낀다”라며 “없어도 명함이 있다면 방문증을 교환해주고, 기자회견장 등에서도 별도로 일시취재증을 확인한 적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본청, 의원회관을 들어가기 위해 공보실, 의원실 등에 확인이 필요한 데 대해선 “분명 국회에서 발급한 일시취재증으로 신분에 대한 보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추가 보증을 받아야 취재를 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일시취재증 발급 시 본청, 회관 1층까지 일괄적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당 공보실과 협의가 잘 안 돼서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일시취재증을 발급받고 간혹 소란행위를 하는 분들이 있다”며 취재 목적이 아닌 사람이 출입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했지만, 국민의힘은 사후 제재로 수습이 안 되는 상황을 우려한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일시취재 기간 연장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일시취재증은 미등록 기자에게 일시적 사유가 있을 때 발급한 것”이라며 “만약 본청·의원회관 출입까지 가능한 일시취재증이 발급된다면, 그 기간이 취재하려는 기간에 맞춰서 하루 단위로 끊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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