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0대 국회의 끝을 극단적 대립상태로 몰고 갔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실마리는 잡혔다. 집권여당이자 공수처 출범을 강하게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당 간 이견이 컸던 사안인 만큼 논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9일 정치권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9일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회의에서 전날(8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즉각 추천하고 정상적 출범을 약속한다면 특별감찰관 후보자와 북한인권재단 이사의 국회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말한 제안을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순순히 제안을 수용하지는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특감관 후보 추천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 양 절차를 같이 진행하자고 했는데, 거기에는 함정이 있다”며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가 추천하면 끝나는 거지만, 특감관은 여당이 자기 사람만 고집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절차 시작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가 합의해 2명의 특감관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한 사람 (임명을) 진행하게 돼 있다. 늘 여야 1명씩 추천하자고 해왔다. 야당 추천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자기들이 추천해서 임명하겠다는 것”이라며 “특감관 추천이 완료되면 저희는 즉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고 특감관 선추천 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추천을 역으로 제안했다.
이에 다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주 원내대표의 역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9일 국민의힘 회의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추천과 특별감찰관 후보추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동시에 추천하는 ‘일괄타결안’을 거론하며 ‘정치적 신의’를 강조한 바 있다.
더구나 김 원내대표는 “(이미) 통과된 공수처법을 위법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말한데 이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은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둘러싼 진통 속에 지연됐고, 북한인권재단 구성이 늦어진 것은 교섭단체별 이사 추천 숫자 등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수처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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