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새로운 시대,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발표와 동시에 암초에 부딪혔다. 정부정책의 지지기반이자 든든한 지원군인 집권여당의 한 중진의원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민간투자를 막아서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오산시 지역구에서만 내리 5번 국회입성에 성공한 안민석 의원 얘기다. 안 의원은 지난 18일 공정률 90%로 11월 초 개장을 앞둔 오산시의 민자투자사업인 ‘자연생태체험관(오산버드파크) 건립사업’의 중단 및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오산시에서는 정치권력의 최상층에 위치한 인물인 만큼 사실상 사업을 막아 세운 셈이다. 안 의원은 일명 오산버드파크의 민간사업자인 경주버트파크 황성춘 대표의 제1금융권 대출을 외압으로 제한하는 등 입장발표에 앞서 사업을 좌초시키려고 했다는 의혹들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안 의원의 행태를 두고 전형적인 ‘산업의 정치화’로 인한 폐단이라고 규정했다. 산업을 정치화해 자신의 치적이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그는 “‘한국판 뉴딜’도 멈춰 세울 행동”이라고 단정했다.
황 대표는 “한국판 뉴딜은 결국 민간이 얼마나 참여해 투자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그런데 집권여당의 중진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민간사업자에게 욕설문자를 보내고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피해와 문제를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괴롭혔다. 그로 물질적·심리적 손실을 입힌다면 누가 투자를 하려 하겠냐”며 자신 또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중단해서 득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시민이 득을 보고 옳은 방향이라면 중단해야겠지만, 득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그런 일을 벌이니 정말 답답하다”면서 “기초공사 끝나기 전이나 그럴 때 반대를 했더라면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대승적 차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투자를 철회하거나 계획을 수정했을텐데, 마무리 공정에서 이러니 정말 난감하다”고 한탄했다.
심지어 “버드파크에 문제가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3년 내내 묻는 것이 곽상욱 시장과 어떤 관계냐, 곽 시장이 무엇 때문에 경주에 갔냐, 만날 때 둘만 있었냐는 등 사업과 관련 없는 일만 물어와서 더 화가 났다. 오죽하면 묻지 말고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하라고까지 했겠냐”며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민간사업자를 희생시키는 것 같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안 의원이 제시한 전면 재검토의 이유와 문제들에 대해서도 “주차장 부지기부와 운영계약, 사업허가 과정 등에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정작 건설경비나 소요예산으로 100억원 가량을 썼음에도 시가 지원하기로 한 것들은 받지 못했다. 주차장 지원도 안 의원의 문제제기에 백지화됐다. 받은 건 하나도 없고 손해만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이는 없는 듯 했다. 오산시는 곽 시장과 안 의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갈팡질팡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시·도의원들도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쥐고 흔드는 절대권력 앞에 눈치보기 바쁘다. 동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오히려 동물학대가 우려된다며 황 대표를 압박했다.
그러나 정작 민간투자 위축에 대해선 아무도 답하지 않고 있다. 안 의원도 지난 18일 사업의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힌 후 제기된 외압의혹과 욕설문자 파문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공정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의 중단요구에 따른 손실이나 피해보상, 기타 민간투자 위축 문제 등에 대한 질문에 답을 듣고자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역시 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경제학자는 “투자하라고만 하지 말고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정부가 민간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하지만 산업을 정치적 목적으로 쥐락펴락하려는 산업의 정치화가 발목을 잡고 있어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눈살을 찌푸리며 정부와 정치권이 문제해결을 위해 고민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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