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최근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가 월북 의도로 서해안 북한해역에 들어갔다가 북한군 총격에 사살됐다는 정부의 발표를 부정하거나 흔드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하지만 사건발생 20여일이 지나는 지금까지 정부는 답변을 이리지러 바꾸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지난 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피격 공무원이 실종된 무궁화 10호에 함께 승선했던 선원들의 진술조서 요약본을 근거로 “A씨의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경이 선원들을 조사하며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진술조서에는 앞서 정부가 ‘조류 등에 의해 북한 해역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과 달리 “조류도 강하고 당시 밀물로 (조류가)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부유물과 구명동의를 입고 북쪽으로 헤엄쳐 갈 수가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적혀있었다.
또 다른 선원의 진술에는 “A씨가 평소 북한에 대해 말한 적도 없고 월북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도 기록돼있었다. 해경이 월북 정황근거라며 제시한 선미 갑판에서 발견된 A씨 소유로 추정되는 슬리퍼가 A씨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진술도 나왔다. 심지어 A씨 실종 전 당직 근무를 함께 했던 선원은 A씨가 근무당시 운동화를 신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해경이 슬리퍼의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다른 선원들이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니다’라는 진술을 한데다 일부 직원이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하자 이를 근거로 해당 진술을 무시했다는 정황도 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나아가 해경은 월북 정황이라며 휴대전화를 인위적으로 껐다는 말을 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말을 바꾸기도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종 당일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처음에는 (월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지만, 국방부가 추후 논란이 되자 “북측 해역으로의 표류 가능성을 ‘월북 가능성’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야당의 반박도 거셌다. 권선동 의원은 지난 8일 농축산위 국감에서 해수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의뢰한 가상시험결과를 들며 “실종 공무원은 누구보다 부근 해류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월북 의사가 있었다면 해류가 북한으로 흐르는 21일 새벽 3시30분 이후 입수하는 게 자연스럽다. 해수부가 표류추정시간을 2~3시로 잡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몰아세웠다.
이만희 의원은 “군에서조차 실종 시점을 2~4시 사이로 자신하지 못하는데, 해경청장은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오전 2시경’이라며 월북 기도를 추정했다”면서 “피해자의 명예를 존중한다면서 실상은 월북을 확정 짓기 위한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 집중하고 있다”고 따졌다. 일련의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김 청장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