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하회마을, 세계유산가치 훼손..무단 증·개축 남발

안동시 하회마을, 세계유산가치 훼손..무단 증·개축 남발

"처음부터 현대식을 전통가옥처럼 보이게 꾸며 놓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원형을 훼손한 ‘하회마을’ 세계문화유산 가치 있나, ‘재검토 지적 잇따라’

기사승인 2020-10-11 11:23:57
▲ 하회마을 전경. 안동시 제공
[안동=쿠키뉴스] 권기웅 기자 = "세계문화유산을 보전의식 없이 현대식으로 무분별하게 변형한 것도 문제지만, 오히려 처음부터 현대식을 전통가옥처럼 보이게 꾸며 놓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근 경북 안동시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을 둘러본 서 모(45) 씨는 이같이 지적했다.

서 씨는 "세계문화유산 기준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수백 년간 주민이 살면서 예전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고 해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5000원의 입장권까지 받는 데 원형을 훼손시키면 관람객을 속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한 관람객은 "골목길을 걷거나, 가로수길을 걷는 게 고작인 데다 실제 초가집이나 문화재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접근금지 표식을 해놓더라도 대문은 열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실제 하회마을을 살펴본 결과 초가집 130여 가구는 대부분 무단 증·개축이 이뤄졌다. 게다가 관람객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근 곳도 부지기수. 문화재 보호란 명목이지만, 실상은 주민이 거주하거나 혹은 거주하지 않더라도 가옥 내부가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어서라는 게 하회마을 한 주민의 귀띔이다.

증·개축은 주로 화장실이나 다용도실로 추정된다. 세계문화유산 선정 당시의 전통가옥을 앞뒤, 혹은 양옆으로 무단 확장해 현대식으로 고쳤다. 본래 전통가옥 화장실은 집 마당 가장자리나 멀리 떨어져 단독 건물로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처럼 무단 증·개축이 자행되면서 문화재청 ‘현상변경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동시 역시 이를 알고도 암암리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안동시는 하회마을에 연간 20여억 원을 지원한다. 가옥보수 6억 원, 초가집 지붕 이엉잇기 5억 원 등이다. 이외에 셔틀버스비, 입장권 수입, 각종 상권 관련 등도 하회마을 몫이다. 일부 지역 주민은 우스갯소리로 "하회마을에 태어났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화장실 불편을 감수하면서 세계문화유산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무단으로 증·개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활이 불편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 무단으로 증개축된 하회마을 전통가옥(초가집). 권기웅 기자

▲ 원형을 훼손한 ‘하회마을’ 세계문화유산 가치 있나

일각에서는 무단 증·개축으로 인한 원형 변경으로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세계문화유산은 그 유산의 가치가 전 인류가 인정할 만큼 크기 때문에 이를 잘 보존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계유산을 보유했지만, 이를 적절히 보호하고 관리하지 못하면 삭제될 수 있다.

세계유산에 등재됐다가 삭제된 유산이 세계적으로 두 곳. 오만의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지역과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다.

자연유산이었던 아라비아 오릭스(초식동물로 영양의 일종) 보호지역은 오만 정부가 보호지역을 축소했고 여기에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오릭스 개체수가 줄어들어 2007년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됐다.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의 경우 유산 지역 내 새 다리를 건설하면서 등재 시 인정받았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09년 세계유산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201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후지산(3776m)도 쓰레기 몸살로 유산 취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역의 한 전통문화 전문가는 "무단으로 증·개축한 시설물을 다시 원상 복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회마을 역시 최초 지정 당시의 원형을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에 문화재청 혹은 세계유산위원회 등의 판단을 기다려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zebo15@kukinews.com
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
권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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