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6개 국책연구기관 중 KDI한국개발연구원, 조세재정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DI국제정책대학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9개 기관이 박사급 연구원을 해외에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은 미국에서 개최되는 ASSA(전미경제학회)에 직접 참여하여 1차 사전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들을 다시 국내로 초청하여 면접 후 채용하는 절차를 별도로 둔다. 이 과정에서 블라인드 채용 원칙도 무시되는데, 사전인터뷰의 기초자료가 되는 구직자 이력서에는 학교명, 학부정보, 학위정보가 다 공개되어있다.
채용공고는 해외 뿐 아니라 국내 공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부 기관은 국내 채용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이들 9개 기관이 채용한 박사급 연구원은 총 202명이고, ASSA(전미경제학회)를 통해 채용된 연구원은 67.3%인 136명이다.
다만, 동 기간 중 KDI한국개발연구원, 조세재정연구원의 경우엔 국내 채용이 단 한명도 없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 채용을 위해 이들 연구기관이 총 지출한 비용은 약 16억8천만원으로 매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이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지출 내역은 항공료, 체류비, 숙박료, 대관료, 간담회비 등의 미국 현지 비용과 사전인터뷰 면접자를 국내로 불러 2차 인터뷰를 하기 위한 항공료, 교통비, 심사비용 등이다.
2019년 가장 많은 비용을 제출한 곳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으로 약 9800만원을 지출했다.
다만, 비용을 들여 해외에서 채용된 연구원들의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 박사급 연구인력의 5년 근속 미만 이직률을 보면 KDI한국개발연구원은 60%,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50%이다. 반면, 해외에서 채용절차를 전혀 밟지 않는 국토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은 이직률이 오히려 12.5%, 13.3%로 낮은 편에 속했다.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원에 따르면 “문제는 이러한 채용 문화 이면에는 뿌리박힌 차별 관행이 있다는 점이다. 해외 채용만을 고집하는 연구기관들은 연구직 내부의 숙련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업무 배분 및 승진에 있어서도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학사, 석사 입사자는 이후 박사학위를 취득하거나 국내외 학술지에 아무리 좋은 연구 성과를 발표하더라도 중요 연구를 책임 수행하거나 박사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차별을 받는다”고 말한다.
배진교 의원은 “해외 시장에서 유수의 연구원들을 채용하는 것은 분명 국내 연구의 질적 성장을 끌어올리는데 일정부분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해외 채용만 고집하는 것은 과거 지방대 차별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고, 이렇게 해외 채용만을 고집한 연구기관들의 연구원들 이직률도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인문사회 연구부문의 현실은 장기적으로 국내 연구 성장의 발전은 물론이고, 국내 대학 교육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불공정 채용 관행’, 내부 업무 및 승진 기회 자체를 차단하고 있는 ‘차별 관행’은 필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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