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전국 30개 사립대 의과대학(의전원 포함)의 부속병원 현황과 의과대 운영실태를 확인한 결과 정부가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국립대 의대의 정원을 축소하고 지방사립대학에 의대정원을 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립대학들이 이러한 취지에 맞지 않게 의대를 서울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부 사립대의 경우 의과대학 정원을 배정받은 지역에 부속병원을 두지 않고 별도의 교육병원을 지정해 지역에서 양성한 학생들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 병원에서 교육하고 있었다.
울산대, 부속병원으로 울산대학교병원 있지만 서울아산병원 내에 의과대 운영
정부가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을 위하여 국립대 의과대학의 정원을 감소하고 울산대에 의과대 정원을 배정한 것은 1988년이다.
1987년 문교부는 농어촌 지역의 의료인력공급과 전국민의료보험실시 등에 대비해 ‘중장기의료인력 수급전망’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1988년 대학입학 정원조정에서 사범계열정원 4백 60명을 감축하고, 부산대·경북대·전남대 3개 국립의대의 정원을 70명 감축해 단국대, 아주대, 울산대 3개 사립대에 의대 및 의예과를 신설하도록 했다. 즉, 지방 사립대에 의대정원을 배정해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을 목표로 했던 것이다.
문제는 울산대가 의과대 자체를 울산에 있는 캠퍼스가 아닌 서울아산병원 내에서 별도의 의과대학 건물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정부의 조치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울산대는 예과 2년과 본과 4년 중에 울산에서는 예과 1년만 교육하고, 예과 2년 과정부터는 서울에서 교육하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내 울산대 의대는 교육부 미허가 시설, 사실상 불법학습장
문제는 울산대가 서울에서 운영하는 의과대학이 울산대학교의 교육용 기본재산의 토지와 건물 어디에도 포함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립대학은 경우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의 규정에 따른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교지와 교사를 마련해야 하고 보유와 처분 모두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교육은 이 교지와 교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울산대의 경우 교육부에 등록된 교육용 기본재산 목록 어디에도 서울을 소재지로 하는 교육용 토지와 건물이 없었다. 심지어 울산대는 수익용 기본재산으로도 서울을 소재지로 하는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즉,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공간에서 의대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시정명령 받은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 목적을 어긴 사례는 울산대뿐만이 아니다. 건국대 충주 캠퍼스의 의학전문대학원 또한 대부분의 교육을 서울에서 진행했다. 결국 건국대의 경우 작년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시행한 후 올해 1월에 1학기 수업부터 충주에서 수업할 것을 시정명령한 바 있다. 이에 건국대는 의전원 홈페이지에 2020년 1학기부터 의학전문대학원 강의를 충주에서 한다고 공지하고, 의학전문대학원 1,2학년 과정을 충주에서 수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3,4학년의 실습 수업은 서울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부속병원 중 하나인 건대 충주병원의 규모와 시설을 그동안 줄여왔기 때문에 당장의 실습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국대 의전원은 올해 7월 23일 홈페이지에 의전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신청 안내를 하며 서울캠퍼스 소재 기숙사를 안내했다. 또, 올해 9월에 확인한 건국대 충주 캠퍼스의 의전원 교육을 위한 생명과학관에는 의전원 강의실이 1개밖에 없었다.
◇지역의료 활성화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서울로 집중하는 사립대 의대
울산대와 건국대 모두 의대정원을 배정받을 당시에는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을 약속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와 동국대 경주캠퍼스도 같은 조건으로 의대 설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울산대와 건국대 등은 ‘대학설립‧운영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이러한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현행 ‘대학설립·운영규정’에 의하면 사립대학이 의대를 운영할 경우 ‘부속병원’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에 위탁’하여 교육하게 되어있다. 이에 우리나라 30개 사립대학은 모두 ‘부속병원’을 두고 있다.
울산대와 건국대도 마찬가지이다. 울산대의 경우 울산에 울산대학교병원을 부속병원으로 두고 있고, 건국대의 경우 충주에 건국대학교 충주병원과 서울에 건국대학교병원을 부속병원으로 두고 있다.
문제는 이 두 대학 모두 정작 의과대학 인가를 받은 지역의 부속병원이 아닌 서울 소재 병원 중심으로 의대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의료 불균형도 심각해지다. 건국대 충주병원의 경우 2010년 501병상이던 병원 규모가 현재는 339병상으로 줄어들었고, 울산대학교병원의 경우 인가 병상수가 1056병상에 달하기는 하지만 2017년 의사 수 부족으로 상급종합병원 심사에서 탈락했다.
더 큰 문제는 의대가 단순히 의사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의 질환 연구, 의료정책 개발 등 지역의료 향상을 위한 연구와 교육을 해야 하지만 의대가 지역에 없어서 이러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속병원은 부실, 교육병원으로 이익 보는 울산대, 성균관대, 가천대, 차의과학대
의대를 운영하면 부속병원을 운영해야 하지만, 부속병원 수준의 병원에 위탁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한 탓에 정작 부속병원에 대한 투자는 저조하고 교육병원으로 운영하면 학교에 재투자하지 않는 왜곡적인 구조도 문제다.
울산대의 경우 울산대학교병원이 부속병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실제 교육은 서울아산병원을 교육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부속병원으로 지정되면 해당 병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회계에 포함되는 부속병원회계를 작성해야 한다.
즉, 병원의 수입이 학교로 재환원되어야 하는 구조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렇게 부속병원이 있지만, 실제 부속병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형병원 중심으로 교육병원이 운영되는 의대는 울산대 외에도 성균관대와 가천대가 있다. 성균관대의 경우 의대 소재지는 경기도이지만 부속병원은 학교법인 성균관대학 삼성창원병원으로 경남 창원에 위치하고 있다. 가천대의 경우 길병원이 아닌 동인천길병원을 부속병원으로 두고 있다. 가천대 부속병원인 동인천길병원은 현재 인가기준 병상 수 80개에 의사는 1명에 불과하다. 차의과학대도 경기도로 의대 정원 인가를 받았지만, 부속병원은 구미에 있다.
◇급여는 대학에서 받고, 근무는 부속병원 아닌 협력병원에서 하는 교수들
지방 의과대학들이 지역에 의과대학을 운영하지 않고, 해당 의과대학의 교수들이 부속병원에서 근무하지 않고 협력병원에서 근무해도 이들 교수들의 급여는 대학에서 지급하는 것도 문제다. 사립대 교수들의 겸직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는 현행 ‘사립학교법’ 제55조 사립학교의 교원의 복무에 관한 규정은 「국가공무원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의대와 한의대, 치대의 경우 대학 교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병원에 겸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겸직하는 교수들의 급여는 대학에서 지급하고, 이들 교수의 수당은 협력병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울산대의 경우처럼 의과대학을 울산에서 운영하지 않아도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는 겸직교수들이 울산대에서 교수 급여를 받고, 병원에서 추가로 수당을 지급받는 구조인 것이다. 해당 법률은 2010년 8월 16일 이명박 정부가 발의해서 2011년 12월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와 관련하여 서동용 의원은 “지역의료 활성화와 지방대 육성을 취지로 지방사립대학에 의대정원을 배정했지만, 정작 일부 사립대학들이 편법적으로 의대를 서울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사립 의대의 이런 실태를 보면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중심의 의대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사립대학들의 이러한 편법 운영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사립대학 의과대학과 부속병원, 그리고 교육병원의 감독에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떠넘겨왔기 때문”이라며, “교육부는 사립대 의과대학들 중 울산대와 건국대와 같은 사례가 없는지 즉각 전수 조사를 시행하고, 보건복지부와 함께 사립대 의대와 부속병원이 당초 지역에 정원 배정을 할 때의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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