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동선 공개 제각각…“봐도 모르겠다” 답답 호소도

확진자 동선 공개 제각각…“봐도 모르겠다” 답답 호소도

기사승인 2020-11-05 06:17:02
▲사진=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출근 중인 직장인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가 인권 침해 지적으로 최소화됐다. 그러나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 기능마저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다. 지자체별로 공개 형태가 다른 것도 혼선을 키우고 있다.

4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확진자들의 투명한 동선 공개를 원한다는 청원글이 여러건 등록됐다. 자신을 서울 광진구 거주자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지난 2일 “지금 지자체에서 공개하는 확진자 동선을 보면 상호명뿐만 아니라 어느 동에 거주하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동선 공개의 취지는 국민 스스로 자신의 동선을 점검하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을 경우 스스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침에 따른 동선 공개는 그 목적을 잃은 지 오래다. 보여주기식 행정 처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최근 일주일 동안 대구, 강원도 원주, 경기도 고양·부천 주민이라고 밝힌 네티즌들이 세부 경로 공개를 촉구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달 7일 확진자 정보공개 지침을 변경했다. 역학 연관성이 낮은 동선공개로 사생활 침해와 경제적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성별과 나이뿐 아니라, 국적과 읍면동 단위 이하 거주지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는 모두 비공개됐다.

장소 및 이동수단은 확진자의 접촉자가 발생한 경우에 공개하도록 했다. 중대본은 “장소 및 이동수단을 특정하지 않으면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간적, 시간적 정보를 특정해서 공개할 것”을 명시했다. 건물은 특정 층, 특정 호실, 시간대를, 상호는 상호명과 정확한 소재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대중교통은 노선번호, 호선·호차 정보가 포함된다. 소독 조치가 완료된 장소는 “소독 완료함”을 같이 공지해야 한다. 다만 공간 내 접촉자가 모두 파악된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7일 발표한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지침’.

중대본은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정보공개 표준 예시도 제공했다. 중대본 지침에 따르면 지자체는 이동경로를 공개할 때 확진자 정보와 연결시키지 않고 장소 목록 형태로 게시해야 한다. 확진자별 이동경로를 게시하는 것은 지침 미준수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자체 동선공개를 확인한 결과, 공개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서울 광진구와 은평구의 경우 여전히 확진자별로 이동 동선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확진자를 특정하지 않고 장소 목록 형태로만 알리고 있다. 또 대구는 상호명과 대중교통 노선번호와 호선을 공개하는 데 반해 은평구는 상호명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별로 정보 공개 수준이 다른 점은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부분이기도 하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중대본 권고 지침에도 지자체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성별과 연령, 거주지 등을 포함해 공개한 사례가 349건으로 집계됐다. 공개된 정보에 대한 삭제 시기를 준수하지 않은 사례는 86건에 달했다.

그동안 동선 공개가 지나친 사생활 노출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확진자는 불륜, 성매매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필요 이상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면서 인권침해 사례가 나타난다면서 세부적,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변경된 지침에 따른 동선 공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공간 내 접촉자가 모두 파악된 경우 공간, 시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부가 모든 접촉자를 다 파악할 수 있는 게 맞냐”는 의문을 가진 시민도 있기 때문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동선 공개 취지에 맞는 정보 공개 형태는 확진자별 이동 경로가 아니라 확진자가 있던 장소와 시간의 목록”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별로 여전히 동선 공개가 제각각인 것에 대해 “중대본 지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이를 모니터링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하도록 해서 혼선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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