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십니까] “‘12년 준비’ 수능 망쳤는데 ‘미안하다’가 끝?” 종료벨 오류 청원

[동의하십니까] “‘12년 준비’ 수능 망쳤는데 ‘미안하다’가 끝?” 종료벨 오류 청원

기사승인 2020-12-08 17:11:26
▲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후 서울 자양동 자양고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수능을 마친 수험생 딸을 안아주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학교를 방문했는데 책임도 지지 않고 단지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은 노력한 대가가 이렇게 허무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부모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지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일찍 울린 시험 종료 종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된 청원이 2개가 올라왔습니다. 자신의 딸이 종료 종 오류로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한 청원인은 7일 “4교시 과학탐구시간에 정상적인 종료보다 3~4분 일찍 종료 종이 울려 시험지를 감독관이 수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청원인은 “제 딸은 시험감독관에게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시험지를 수거하던 중 다시 방송으로 시험지를 돌려주라는 내용이 방송됐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29개 시험실 학생들은 이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시간에 쫓기고 당황해서 정상적인 답안 제출을 못하고 그 다음 시간까지도 당황하여 제대로 된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고 한다. 제 딸도 목표하고 있었던 대학을 거의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토로했습니다.

청원인을 더 실망스럽게 한 것은 그 누구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청원인은 “해당 학교를 방문했지만 ‘미안하다’는 말뿐, 정말로 미안해 하는 것 같지 않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 청원에는 하루만인 이날 오후 4시 기준 1만여명이 동의했습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종료 종 오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 역시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자신을 수험생이라고 밝힌 또 다른 청원인은 “5분 전 알림방송이 나오면 마킹을 하는 저로써는 마킹을 하지 못한 문제들이 생겨났다. 제2 과목인 생명과학 시험에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학생은 “누군가는 이 시험을 위해 적게는 1년, 많이는 12년을 달려왔다”면서 이렇게 중요한 날 방송 관리가 이런 식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비상사태에 대한 감독관 행동요령의 부재를 지적했습니다. 또 “피해 학생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달라”고 촉구했죠.

수능 종료 종이 일찍 울린 사건은 서울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날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여고에서도 4교시 탐구영역 1선택 시험 종료 벨이 3분 전 울리는 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교육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미 끝난 시험이라 구제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죠.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학교에 주의를 줬고 관련인 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수능은 이미 끝난 상황이라 수험생 구제 방안 마련은 어렵다”면서 “추후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분노한 수험생들은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2021 수능 덕원여고 고사장 4교시 탐구영역 제1선택과목 종료령 오류를 공론화합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탐구영역은 시험 시간이 30분으로 짧은 편이고 2~3분은 전체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꽤 긴 시간”이라며 “수험생들은 이후 제2선택과목과 제2외국어에 응시하는 동안에도 정신적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응시해야 했다. 단체 소송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수능일이 미뤄진 데다 마스크 착용, 가림막 설치로 마음 고생이 심했을 수험생들입니다. “이미 끝난 시험이라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학생이 입은 피해가 극심해 보이는데요.

여러분은 이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