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여러 명의 중증 코로나19 환자, 누구를 먼저 살려야 할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중환자 병상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가운데 중환자실 입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임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러 중증 확진자 중 누구를 먼저 치료할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경 울산의대 중환자외상외과학 교수는 9일 ‘COVID-19 환자 급증에 따른 중환자 진료대책'포럼에서 “위중증환자가 지금보다 더욱 증가할 경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껏 ’최고의 치료‘가 의료의 목표였다면 확진자 폭증 시에는 제한된 의료자원에서의 ’최적의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증 환자 치료 병상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전국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 현황(8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에 입원가능 병상은 총 25개로 수도권의 경우 서울 6개, 인천 1개, 경기 2개로 총 8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반대로 위중증 환자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86명이었던 위중증 환자 수는 11월 10일 54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 12월 초부터는 연일 세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기준(9일) 위중증 환자는 149명에 달한다.
이처럼 신규 확진자와 중환자 폭증으로 가용가능한 병상이 한계치에 다다르자 ‘입원 우선순위 선별’을 놓고 현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입퇴실 우선순위 선별(트리아지)이 시작되면, 생존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말기 환자, 다발성 장기부전 등 최중증 환자들은 치료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마련한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안(가안)에 따르면, 중환자실 입실 1순위는 예측생존율이 80% 이상인 환자에게 돌아간다. ECOG수행능력평가(일상능력평가) 와 ASA SCORE(수술 마취전 환자의 신체상태), 장기부전 상태 등을 평가해 도출한 결과다.
평가 결과에서 예측생존률이 20% 미만으로 판단된 환자는 가장 마지막 순위로 떨어진다. 말기장기부전, 중증외상·중증화상으로 예측사망률이 90%이상인 환자, 심각한 뇌기능 장애, 기대여명 6개월 미만의 말기암 환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연령은 입실 우선순위 항목에서 제외토록 권고했다.
치료중단 기준도 제시됐다. 학회는 ▲사망이 임박한 환자 ▲집중치료를 3주 이상 했음에도 다장기부전이 해결되지 않고 사망가능성이 높은 경우 ▲뇌사 환자이거나 임상적으로 뇌사로 판단된 환자 등을 퇴실 대상자로 지정하고, 가족 또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다만 이같은 기준이 적용되려면 의료계뿐만 아니라 정부, 국민의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 의료진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과 근거도 필요하다.
홍 교수는 “일상적인 상황에선 당연히 모든 환자를 치료한다. 우선순위란 통상진료에서는 없는 개념”이라며 “그러나 대량재난으로 한정된 의료자원을 누구에게 배분해야 하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의료계 내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고, 정부가 문제를 공론화 시키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에서는 중환자 병상 부족 문제와 함께 이송체계의 한계도 지적됐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중증도에 따라 중환자실과 준중환자실, 일반병실, 생활치료센터로 보내게 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제형 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고려의대 호흡기내과)는 “중환자실에서 퇴실과 동시에 격리가 해제되는 환자가 많다. 호전됐음에도 준중환자실이나 일반 병실이 원거리에 있거나 이송자체가 어려워 중환자실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계에서는 병상과 인력을 한 곳으로 모으는 거점전담병원 마련을 제안해왔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중환자병실과 준중환자병실, 일반병실을 한 곳에 모으는 거점병원 시스템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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