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동부구치소 수감자들, 국가배상 승소 가능할까

”살려주세요” 동부구치소 수감자들, 국가배상 승소 가능할까

기사승인 2021-01-06 06:27:01
▲사진=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수용자들이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 동부구치소와 관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법무부의 미흡한 대응이 지탄을 받는 가운데 수감자들이 국가에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동부구치소는 5일 직원 530명과 수용자 338명을 대상으로 6차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진행했다.

이날까지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 수는 108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8일 기준 동부구치소 수용자 2419명 중 43%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전수검사가 이뤄질 때마다 신규 확진자가 수 백명씩 발생했다. 동부구치소가 지난해 12월18일 1차 전수검사를 실시했을 때는 187명이 확진됐다. 같은달 23일 2차 전수검사에서는 300명, 3차에서는 260명, 4차에서는 140명, 5차에서는 127명이 확진됐다.
▲사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지난해 12월31일 교정시설 집단감염 현황·대책 브리핑을 열고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동부구치소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34일만에 대응 실패를 인정하고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지난해 12월31일 “법무부는 감염에 취약한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했으나, 구금시설이 갖는 한계와 선제적 방역 조치 미흡으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비판받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뒤늦은 전수조사, 마스크 미지급, 수용자 밀집 수용 논란이다.

동부구치소는 수용자가 2000명 이상 모여있는 아파트 구조라 집단감염에 취약함에도 분리 수용이 뒤늦게 이뤄졌다. 법무부는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자를 분리수용하기 위해 충분한 수용공간이 필요한데 확진자와 접촉자를 그룹별로만 분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전수조사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다. 동부구치소에서 직원이 가족으로부터 전염된 사례가 나온 것은 지난해 11월27일. 그러나 법무부가 지역사회에 전수검사를 요청한 것은 2주 이상이 흐른 지난해 12월14일이었다. 법무부와 서울시는 전수검사가 늦어진 것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수용자들에게 KF 인증 마스크를 일괄 배부하지 않았던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법무부는 예산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30일에서야 수용자와 직원들에게 KF94 마스크를 1인당 일주일에 3매씩 지급하기 시작했다.

▲사진= 서울 동부구치소 전경. 연합뉴스

이에 감염된 수감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교정당국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국가 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과실은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당내 진상조사, 피해구제를 위한 TF를 만들고 피해사례를 접수하겠다면서 배상청구 등도 공동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충분히 책임 소지를 따져 볼 만한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법과사람들 우희창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이나 위자료 액수를 떠나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소송”이라며 “어떤 경위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것인지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과실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시설 내 감염병 발생시 지켜야 할 교정본부 내규라던지 질병관리본부 방역수칙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국가가 100% 질 수밖에 없는 소송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을 지냈던 법무법인 오킴스 최창호 변호사는 “소송이 들어오면 국가가 이를 방어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신체의 자유가 구속된 수용자들이 국가의 관리 과실로 인해 폐 기능이 영구손상됐다거나 사망했다면 헌법에서 규정한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배상금액에 대해서도 “지자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구상권 행사한 것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된다”면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물론 다르겠지만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물어줘야 할 금액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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