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서 나온 집단감염, 왜 자영업자가 책임지나”

“교회서 나온 집단감염, 왜 자영업자가 책임지나”

16개 자영업자 단체 "방역 조치 편파적...영업 강행 불가피

기사승인 2021-02-01 14:21:16
지난 27일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운남동 광주 TCS 국제학교에서 한 시민이 던진 계란이 깨져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정부가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연장했다. 자영업자들은 집단감염이 나온 종교시설은 그대로 두고 엉뚱한 자영업자만 죽이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현행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설이 끝날 때까지 2주간 그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잠시 주춤했던 3차 유행이 지난주 IM선교회발 집단감염에 이어 최근 병원, 직장, 게임장, 체육시설 등 우리의 일상 곳곳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면서 “마지막 고비를 하루빨리 넘길 수 있도록 조금만 더 힘내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확진자가 줄어들더라도 2주 동안은 5인 이상 사적모임을 전국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1일부터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까지 적용된다. 설을 맞아 직계가족을 방문하더라도 거주지가 다르다면 다섯 명이 함께 모이면 안 된다. 거리두기 단계 연장과 오후 9시까지인 ‘코로나 통금’은 1주일 동안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지켜본 뒤 완화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용품이 쌓여 있다. 박태현 기자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확진자는 305명이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300명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주말 검사 건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감염재생산지수가 재반등한 것도 위험 신호다. 감염재상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다른 사람을 몇 명이나 감염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감염재생산지수는 0.79까지 낮아졌다가 지난주 0.95로 재상승했다.

최근 광주 안디옥 교회와 IM 선교회가 운영하는 미인가 교육시설을 중심으로 'n차' 감염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광주시는 안디옥 교회 신자인 어머니를 통해 광주 송원여상 학생 1명과 학내 전파를 통해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안디옥 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106명으로 늘어났다. IM선교회와 관련해서는 총 37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서울 한양대병원은 누적 확진자가 31명으로 늘었다.

정부의 거리두기 재연장 방침에 자영업자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힘없는 자영업자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시는 지난 29일 모든 교회에 대해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중대본에서 전날 발표한 거리두기 연장안에는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한 방역지침은 따로 없었다.

16개 자영업자 단체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내 “현재 대규모 집단발병 사태는 비수도권, 종교시설과 병원 등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수도권과 실내체육시설, 코인노래방, PC방 등 일부업종에만 집중되는 집합금지 및 제한 조치는 그 대상도, 인과관계도 맞지 않은 과도하고 무분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집단 종교시설, 병원, 요양원 등에 철저한 방역지침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사단법인 대한당구장협회 관계자는 “실제 확진자들이 나오는 종교시설, 백화점 등에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상대로만 방역 조치가 편파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업주들 입장에서는 종교시설이 실질적으로 표가 집중돼있는 곳이기 때문에 선거를 의식해 건들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관계자 역시 “교회발 집단감염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주부터는 거리두기가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교회발이 터지고 나서는 물거품이 되어버렸다”고 허탈해했다. 관계자는 “교회,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나온 것을 왜 자영업자들이 책임져야 하나”라며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힘이 없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영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듯 했다가 교회를 통해 다시 확산이 촉발되는 사태가 반복되면서 개신교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 29일 개신교 여론조사기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낸 ‘코로나19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일반 국민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교회를 ‘별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6%로 조사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대면예배를 금지해달라’, ‘종교 행사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등 종교시설과 관련된 청원이 지난주에만 5건이 연달아 올라왔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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