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에 신천지가?” 전남대 시끌…학교도 뾰족한 수 없어 골머리

“총학생회에 신천지가?” 전남대 시끌…학교도 뾰족한 수 없어 골머리

기사승인 2021-02-02 16:58:57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전남대학교에서 총학생회 간부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라는 의혹이 제기돼 구성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신천지가 교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학교 측도 뾰족한 수가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온라인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전남대 총학생회 간부와 그 지인을 통해서 신천지 포교를 당했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자신을 19학번 재학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총학생회 간부 A씨의 소개로 만난 그의 지인 B씨와 C씨가 신천지 신도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그 근거로 지인을 내세워 일대다의 형식으로 전도하는 수법이 신천지와 유사하고, 지인 B씨로부터 신천지 교리와 신천지 관련 사이트 주소가 첨부된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의혹이 제기된 이후 학생들 사이에서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입장을 내야 한다”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A씨는 “돌이켜보면 B씨와 C씨가 있던 소모임이 신천지 소모임이라고 생각되지만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A씨는 어릴 때부터 기독교를 믿고 있다며 본인의 교회 교적부까지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의혹이 계속되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꺼내 들었다.

지난달 30일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간부가 신천지 신도라는 의혹이 올라왔다. 제보자가 받은 문자 내용 캡처.

전남대에서는 과거에도 신천지 포교 문제로 인해 내부 분열이 수차례 있었다. 지난 2017년에는 총학생회 선거운동  중에 한 유력 후보 선거본부 내부에 신천지 신도들이 있다는 증언이 나와 크게 논란이 됐다. 당시 신도로 지목된 후보들이 눈물을 흘리며 부인했으나 결국 사퇴했다. 또 앞서 지난 2004년 전남대에서는 동아리연합회 자체가 신천지 신도들에 의해 장악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신천지와 전남대 총학생회 간 무력 충돌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광주에는 신천지교회 12개 지파 중 최대 신도가 있는 베드로지파(광주, 전남 관할) 교회가 있다. 지난해 기준 광주 지역의 신도수는 2만6715명, 센터 등에서 공부 중인 단계의 신도는 5378명에 달한다. 지난 2019년 지재섭 베드로지파장은 한해 수료생이 10만 3764명에 달한다면서 센터에서 공부하고 있는 신도만 20만명 이상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베드로지파 중 규모가 가장 큰 광주 북구 오치동 신천지 베드로 지성전(광주교회) 인근에 위치해 있는 것이 바로 전남대다. 초기에 중장년층을 포교 대상으로 삼았던 다른 지파와는 달리 베드로지파는 1980년대부터 청소년, 청년층에게 조직적으로 접근했고 전남대가 그 교두보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천지 전 신도인 김모(24)씨는 “신천지는 전남대 학생들 사이에서 오랜 화두다. 총동아리연합회가 신천지에 장악된 적은 있어도 총학생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선된 총학생회 간부가 신천지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누가 신천지더라’ 소문만 무성하지 의혹이 제기된 이들이 강하게 부인하면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 “이러다 보니 학생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한다. 누군가의 선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캠퍼스 내에서 분열, 개인화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남대에서는 매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때마다 각 학과에 유사 종교 포교에 대한 주의사항을 교육하고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서도 고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남대 관계자는 ”재학생 중 신천지 신자 명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음성적인 포교 활동을 학교에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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