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내줄 테니 설에 오라는 시댁, 어떡하죠”

“과태료 내줄 테니 설에 오라는 시댁, 어떡하죠”

기사승인 2021-02-06 06:27:01
5일 부산 연제구 시의회에 설 연휴 거리두기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설 명절을 앞두고 방역 당국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연장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를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들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연장됐음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시댁에 가야 한다는 사연을 털어놨다. 지난 추석 때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방문하지 못했는데 연속 2번이나 명절을 집에서 보내기에는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인천 주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어른들이 먼저 오지 말라는 얘기를 꺼내 주셔야 하는데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시댁이 거리가 먼 것도 아닌데 참 애매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지난해 추석때는 미리 오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번 설에는 말씀이 없어서 아무래도 가야 할 것 같다”는 이도 있었다.

과태료를 내줄 테니 모이라는 집안 어른의 지시에 골치가 아프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전날 충북 충주시 맘카페에 한 시민은 “큰아주버님 본인이 벌금 낼 테니 다들 모여서 밥 먹자고 하셨다”면서 “고민 끝에 시댁에 전화해서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데 꼭 모여야 하나’라고 물었더니 ‘어쩌겠냐 명절은 지내야지’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답답해했다. 이 글에는 “신고를 대신 해주겠다” “선을 넘은 행동이다”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많다. 사실상 단속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속보다는 국민의 자발적인 동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설 연휴까지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가족 간 전파가 확진자의 많은 수를 차지하면서 내린 결정”이라며 “행정적으로 점검하고 적발하는 것은 어렵지만, 국민께서도 그 취지를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응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또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위반 시 과태료가 1인당 10만원에 그치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과태료를 더 상향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댁 모임을 서로 ‘품앗이 신고’하자는 농담 아닌 농담도 나왔다.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길 경우 국민신고 앱을 통해 신고가 가능한데 원하면 신고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익명을 보장받는 ‘셀프 신고’ 방법도 널리 공유됐다. 112 문자 신고를 하면 편하고 익명도 보장된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적발 이후도 문제다. 지자체마저도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빈축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시는 7명이 함께 카페를 이용한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TBS측은 “생방송 종료 직후 뉴스공장 제작진이 방송 모니터링과 익일 방송 제작을 위해 업무상 모임을 했다”며 증빙자료를 제출했지만 서울시는 “기업의 필수 경영활동으로 볼 여지가 충분치 않다”고 해석했다.

반면 십여 명이 사내에서 모여 생일파티를 벌인 TV조선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중구청은 “(당사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명확한 위반이라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CCTV 분석도 없이 TV조선 측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현행 방역지침을 2주 연장해 오는 14일까지 시행한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단계도 현행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그대로 적용했다. 정부는 동거가족이 아니면 가급적 대면 모임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으며 주민등록상 다른 거주지에 사는 가족은 5인 이상 모이지 말라고 요청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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