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쿠키뉴스] 최태욱 기자 =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노래를 통해 희망을 전할 수 있는 공익적 목적의 공연도 갖고 싶고요. 무엇보다 관객들로부터 인정받는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시각장애를 딛고 희망을 연주하는 성악 전공 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 성악가’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주인공은 22일 영남대 성악과를 졸업한 테너 김민수(22)씨.
김씨는 시각장애3급이다. 어릴 때부터 앓아 온 안구 질환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 중학교 3학년 무렵 저시력(의학적·광학적 방법으로 개선할 수 없는 시력장애) 상태까지 시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노래를 하는 그 순간의 행복함과 자신감이 지금까지 그를 무대에 서게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했어요. 사실 부모님께서는 남들과 다른 제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래를 배우게 했는데,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거죠.”
김씨는 일반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영남대 성악과에 합격할 만큼 실력이 출중했다.
2017년 김씨가 영남대에 입학할 때까지 같이 합격한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김씨가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였다.
한정된 장소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중·고등학생 시절과 달리, 통학부터 강의실 이동 등 대부분의 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4년간의 대학 생활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김씨의 생각은 달랐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대학 생활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초·중·고 학창시절에도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 많지만, 그 때는 주위에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대학에 와서는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음악 전공자다 보니, 항상 음악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어요. 대학 생활 자체가 음악과 함께 하는 시간이니 행복하고 즐거울 수밖에 없었어요.”
여러 가지 음악 기호가 섞인 악보를 보면서 연습해야 하는 전공 특성상 김씨는 다른 전공자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악보를 보면서 연습을 시작하는 다른 전공자들과 달리, 김씨는 악보를 완벽히 외워야 본격적인 연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성악 전공을 하는데 시각장애가 큰 걸림돌이 될 법도 하지만, 오히려 김씨는 “남들보다 빨리 악보를 외우는 것이 이제 익숙하다. 성악의 경우 소리의 느낌을 살리거나 감각적 표현이 중요한데, 그만큼 음악 자체에만 집중해 연습할 수 있어서 실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특유의 긍정 마인드를 보였다.
항상 긍정적으로 삶을 대하는 김씨는 태도는 성적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2017년 대학 입학 후 성적은 4년 내내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졸업을 앞둔 지난 마지막 학기에는 실기와 필기 모두 1등에 오르며 학부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김씨는 22일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영남대 총장 특별상을 수상했다.
김씨는 올해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서양음악의 본고장인 유럽 유학도 생각중이라고 앞으로의 학업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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