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교수 논문은 빙산의 일각…이제 시작이다”

“램지어 교수 논문은 빙산의 일각…이제 시작이다”

기사승인 2021-02-23 06:50:02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 유튜브 캡처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 사회를 향한 전방위적인 일본의 로비력에도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램지어 교수 논문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양대 정외과 학생회와 이경석 장학회 등 동문 단체 등은 조셉 이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발언을 옹호한 글을 미국 외교전문지에 기고한 교수 중 한 명이다. 

이 교수와 조 필립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교수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위안부와 학문의 자유에 대하여’(On ‘Comfort Women’ and Academic Freedom)라는 제목의 글을 공동으로 기고했다. 이들은 기고문을 통해 램지어 교수에 대해 가해지는 비판이 외국인 혐오에 가깝다면서 “위안부에 대한 이슈들은 격렬하게 공개 토론할 가치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위안부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제한하는 게 사회와 정치의 집단사고로 발전됐다”고 주장했다.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국제 학계에서는 비판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같은날 에이미 스탠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 5명의 일본사 연구학자는 33쪽 분량의 논문을 내 위안부와 관련한 램지어 교수 논문이 ▲증거 부재 ▲선택적 자료 인용 ▲자료에 대한 잘못된 해석 및 묘사 등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램지어 교수가 과거 논문에서 지난 1923년 일본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일본인 자경단에 목숨을 잃은 것은 맞지만 조선인이 방화 등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본인이 대응했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정부 차원에서 램지어 교수 주장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위안부 강제 모집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가 아시아 및 여러 나라의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반인도적인 중대한 범죄”라며 “중국은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역사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려는 모든 못된 행동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당사자와 그가 소속된 하버드 대학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램지어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생각은 변함 없다고 했다.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지난 17일 램지어 교수 주장이 “학문의 자유에 포함되기에 문제가 없다”며 징계를 거부한 상태다. 

이 같은 행동의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로비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램지어 교수 공식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다. 기업이나 특정 단체 지원을 받은 대학이 교수직을 만들어 주는 식이다.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지금까지 하버드대에 지원한 돈은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카우 총장이 램지어 교수를 두둔한 것도 막대한 기부금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의 민간외교 창구인 ‘사사카와재단’(일본재단)은 연간 6000억원 정도를 해외 연구기금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사카와 재단은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재단이다. 연구기금의 주 목적은 일본의 과거 만행을 덮으려는 것이다. 사사카와 재단은 미국 싱크탱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미국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왔다. 또 해외 언론인과 교수를 위주로도 일본에 우호적인 활동을 펼치도록 포섭 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베를린 지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램지어 교수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논문을 지금 낸 이유는 무엇일까.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 1월8일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첫 사법부 판결이 나왔다. 여기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논문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 의회가 소녀상을 영구적으로 설치하자는 안건을 가결했다”면서 “일본으로서는 굉장히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하버드 대학 같이 세계적 권위가 있는 교수 이름으로 논문을 쓰게 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앞으로도 일본의 지원을 받은 외국 석학들이 억지 주장을 담은 논문을 낼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호사카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시작에 불과하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지난 2019년에 램지어 교수가 간토대지진과 관련한 논문을 냈었는데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을 해야 한다”며 “한국 사회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살아 계신다는 이유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이론적인 토대가 미흡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감정적 대응은 최선이 아니다. 학문적, 논리적 반박이야말로 상대 비판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라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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