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입구에만 ‘의무’ 될 듯

수술실 CCTV 설치, 입구에만 ‘의무’ 될 듯

환자단체 아쉬움 토로… 현재 상황 유지에 불과

기사승인 2021-03-12 03:00:02
경기도 의료원 안성병원 내 수술실 CCTV. 사진=경기도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는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 설치하는 것만 ‘의무’를 부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다. 복지위 법안소위는 더불어민주당 6명, 국민의힘 3명, 비교섭단체 2명 등 11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자리에서 대다수 의원은 수술실 입구에 다는 것은 의무화할 필요가 있지만,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해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한꺼번에 의무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 자리에서 “법안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최대한 할 수 있는 부분은 해야 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한꺼번에 의무화했을 때 부작용이나 갈등이 생길 수 있고 대상자도 워낙 많다. 공공의료기관의 설치는 의무화하되 민간의료기관 수술실에는 ‘자율’ 설치하고, 수술실 입구 설치 ‘의무화’하는 방안이 어떨까 싶다. 또 환자 보호자의 요청과 동의뿐 아니라 의료인들의 방어권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 녹음 여부는 의료행위 중 상호 간 의사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불가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도 “애초에 수술실 내부 설치를 요구하는 법안이었는데 수술실 내부 설치는 자율로 가자는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공공의료기관은 선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설치비용을 지원한다면 충분히 촉진할 것. 수술실 입구 설치는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사각지대에서 의료사고 등이 예상될 수 있어 입구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신현영 의원은 “공공의료기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활성화해야 하는 상황에 의료인들이 더 가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도 같이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제1법안소위 위원장)은 “어떤 병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동의하고 의사도 동의해서 CCTV를 설치했다고 한다면 해당 병원이 선호될 것”이라며 “병원이 더 안심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과해 주는 것이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될 것. 환자나 의사가 동의하는 쪽으로 자율로 가는 것이 처음 도입 단계에서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전봉민 의원도 “자율로 하는 게 타당하다”며 “CCTV가 출입구에 이미 60% 설치돼 있다. 정부가 좀 더 지원을 해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낫다. 법으로 제재한다는 것보다는 병원에 예산을 지원해주는 방안이 훨씬 현명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자율에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자율에 맡기자는 얘기는 법 처리할 필요가 없고 논의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며 “자율로 하자고 한다면 왜 논의하는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공공기관이라고 먼저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상급종합병원 정도가 먼저 실시하는 것이 의미 있는 족적이 될 것. 수술실 내 의무화라고 하는 책임성을 부과한다면, 국민의 생명이 달린 수술을 많이하고 최고의 의료진이 있는 상급병원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윤 법안소위원장은 “자율로 하도록 정부가 수반되는 행위가 있을 것. 정부 차원에서 유도해 주는 노력들이 지금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최소한 입구에 다는 정도로 하고 그다음에 자율로 하는 부분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아직 여러 의견이 있으니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3월 국회에서 수술실 CCTV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술실 CCTV 등은 오랜 기간 논의가 숙성됐다. 특히 국민적 공감을 얻은 사항으로 이번 3월 국회에는 반드시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는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수술실 입구에 CCTV 설치로 의견을 모은 것과 관련해, 현상을 유지하자는 것일 뿐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의료계가 유령수술, 수술실 내 성범죄 등을 예방할 자구책을 마련했다면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술실 입구 CCTV 설치도 환자를 위한 게 아니다.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라더니 의료계의 현재 상황을 고착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협을 볼 사안이 아니다”라며 “입구에 설치하자는 건 피해당사자의 의견이 빠져 있는 것이다. 국민의 90%가 지지하는 법안인데 논의가 의료계 중심으로 가서 아쉽다. 정부나 국회가 의료계의 눈치를 보지 않는 상황에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국회가 공청회를 통해 국민들의 입장을 들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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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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