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에게 필요한 건 ‘유연함’

벤투 감독에게 필요한 건 ‘유연함’

기사승인 2021-03-17 19:03:13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사고의 유연함’이 필요한 파울루 벤투 감독이다.

2018년 8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벤투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27경기 16승 8무 3패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2019년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카타르에 패배해 무릎을 꿇기도 했지만, 같은 해 12월에 열린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 부임 후 첫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황인범, 김민재, 황희찬 등 기존의 자원들을 국가대표 핵심자원으로 키워내면서 대표팀의 리빌딩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벤투 감독이 맡은 이후 축구대표팀의 인기도 고공행진을 찔렀다.

하지만 비판 여론도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인 ‘후방 빌드업’을 고집하는 부분이 독이 됐다. 골키퍼와 수비수부터 세밀한 패스 연결로 공격을 풀어가는 전술을 사용하는데, 팀이 지고 있거나 불리한 상황에서도 ‘후방 빌드업’을 지속해서 사용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상대가 어떤 수준에 있는 팀이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축구'를 펼치는 것"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유지했다. 플랜B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계속해서 나왔지만, 벤투 감독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일관된 선수 선발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지속적으로 자신의 전술에 맞는 선수만 기용해왔다. 2년 전 아시안컵에 손흥민이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고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했음에도 휴식 없이 이틀 만에 중국전에 선발 출전하자 빈축을 샀다. 이제껏 엔트리에 포함된 유망주들도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아스날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진 손흥민. 사진=로이터 연합
이번 한일전 대표팀 명단 발표는 벤투 감독의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대표팀은 오는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한일 친선전 대표팀 명단을 지난 15일에 발표했는데, 최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손흥민이 포함됐다. 손흥민은 대표팀 발표 10시간전 아스날과 리그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전반 19분 만에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손흥민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당분간 경기를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 토트넘이 치른 45경기 중 40경기를 소화했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결장한 2경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휴식은 3경기 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벤투 감독 전술의 핵심이다. 2선과 1선을 오가면서 대표팀의 공격 연결고리를 맡고 있다.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한일전이지만 황의조, 이재성, 김민재, 황희찬 등 주력멤버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합류가 불발되면서 이미 '최정예 멤버간의 한일전'은 불발됐다. 실리도 없는 한일전에 부상을 당한 손흥민을 무리하게 차출해야 하는지 팬들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표팀 선발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발표한 선수 중 울산 현대에선 24명의 선수 중 조현우, 원두재, 홍철, 김태환, 이동준, 윤빛가람 등 6명이 이름을 올렸다. K리그 팀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 중 홍철은 현재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올 시즌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활동한 터라 대표팀 운영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부상에서 회복 단계인 홍철까지 차출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 감독은 지난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 “홍철은 몸이 안 좋다”면서 “선수 본인이 오늘 경기에선 경기를 뛸 수 있는 준비도 안 됐고, 자신감이 없다는 이유로 결장을 원했다. 그런데 이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대표팀에선 홍철이 앞선 2경기를 뛰었기에 선발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에게 홍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장기적으로 대표팀 운영에서 K리그와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선 일방적으로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각 팀과 소통하는 장이 열려야 한다. 건강한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뛸 수 있도록 대화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명단 발표에서 “현시점에서 최적의 선수를 뽑았다”고 했지만 그의 의견에 전혀 힘이 실리지 않는다. 이미 부상을 당한 선수들이 2명이나 뽑혔고, 그들을 대체할 동일 포지션의 선수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벤투 감독이 조금 더 유연한 사고로 대표팀을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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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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