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16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백신 접종 이후 정상적인 면역반응으로 열과 근육통을 경험하는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접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백신 휴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제도화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28일 통상 백신 접종 후 10~12시간 이내 이상 반응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최대 이틀간의 백신 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접종 당일 접종에 필요한 시간은 휴가를 쓰고 만약 이상 반응이 있을 때는 하루 더 유급 휴가나 병가 사용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신 휴가를 ‘권고’로 한 이유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나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주부 등에 대해서는 휴가를 부여할 방법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의무 휴가를 적용하면 오히려 (직업·업종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고로 그쳤기에 대다수 사람은 백신 휴가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민간기업의 경우 강제성이 전혀 없다. 대기업이나 노조가 있는 큰 사업장 외에는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프리랜서나 특수고용노동자 등에게도 재정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으로 백신 휴가를 대체할 수 있다. 하루 정도 일을 쉬고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동원하는 게 맞지,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복지를 부여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도 연이어 백신 휴가를 권고로 한 것에 대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상반응에 따른 휴가가 활성화될지 의문”이라며 “권고에 그치는 만큼 기업·기관의 시혜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권고’의 방식이라면 휴가 등 쉴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과 일용직 노동자, 중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백신 휴가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특히 의료기관에서는 백신접종에 따른 휴가를 사용하려면 실제 환자 진료 등에 대한 조정의 고려가 필요한데, 이러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인력운영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며 “일상적으로 부족한 인력을 운영하는 탓에 신규입원환자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현실적인 휴가 부여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백신 휴가 활성화의 대책이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후속대책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며 “발표만 해 놓고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의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백신 휴가의 제도화 및 유급 병가·상병수당 논의 등 각별한 후속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병가 협약이 없는 영세한 5인 미만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등에게는 강제조한 및 법제화 없는 유급 휴가가 그림의 떡”이라며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병가를 반려당했었는데 이제 민간에서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를 지키지 않아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의료기관은 대체인력이 없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라며 “보건의료노동자와 돌봄노동자는 집단감염 예방에 대한 책임감으로 우려와 불안감이 있었지만 기꺼이 백신 접종을 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병원 인력 확보 계획과 함께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유급 병가제도를 즉각 도입해 제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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