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코나와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생산하고 있는 울산1공장이 다음달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한다고 30일 밝혔다.
코나는 전방 카메라 반도체가, 아이오닉 5는 PE모듈 수급 차질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PE모듈은 전기차의 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 구동 부품 모듈로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에 해당한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잇달아 감산에 들어간 가운데 현대차마저 공장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울산공장 휴업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전선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바닥난 이후 처음이다.
이번 휴업으로 코나 6000대, 아이오닉 5는 6500대가량의 생산 손실을 빚을 것을 예상된다. 특히 아이오닉 5의 판매에 차질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이오닉 5는 지난달 유럽에서 사전예약 물량 3000대가 완판됐고, 국내에서도 사전계약 첫날 2만3760대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4일 현대차가 지난해 반도체 재고를 많이 확보해 둔 덕에 현재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4월부터는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차량 반도체 수급 문제로 현대차 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반도체 부족 탓에 중형 픽업트럭 생산을 감축하기로 했다.
GM의 경우 지난달 초 멈춰선 미 캔자스주 공장과 캐나다 잉거솔 공장은 4월 중순까지 계속 문을 닫을 예정이고, 한국의 부평 공장은 이번달에 이어 다음달도 절반만 가동할 계획이다.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 추산 결과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606억달러(약 69조원)의 매출 감소를 겪을 전망이다.
포드, 토요타, 폭스바겐, 혼다 등 다른 주요 자동차 회사들도 일부 공장을 닫거나 생산을 줄이고 있다.
이에 차량용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생산역량에 걸맞게 차량용 반도체 산업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명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의 생태계 조성으로 공급망을 내재화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이상기후, 화재, 지진 등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 인한 공급부족 사태에 대비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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