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이라지만”…카드업계, 수수료 인하 논의에 ‘한숨’

“호실적이라지만”…카드업계, 수수료 인하 논의에 ‘한숨’

‘허리띠 졸라매기’ 주효…가맹점 수익은 1300억 줄어
4월 중순 본격적인 논의 예상…“비용전가 감당하기 힘들다” 호소

기사승인 2021-03-31 06:10:02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지난해 카드업계가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거두는 호실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총수익이 증가한 것이 아닌 운영비용 감축 등 허리띠를 졸라맨 ‘불황형 흑자’를 거둔 상황. 이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그간 미뤄왔던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카드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264억원으로 전년(1조6463억원) 대비 23.1%(3801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의 실적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총 수익은 20조1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0.02%(36억원) 감소했다. 카드론 수익이 전년 대비 1906억원 늘어났지만, 가맹점수수료 수익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수익이 각각 1336억원, 930억원씩 감소했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이유는 카드업계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 등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카드업계도 운영비용들이 대폭 감소했다. 실제로 전체 카드사를 운영하는데 드는 총비용의 경우 2019년 18조5089억원에서 2020년 18조1251억원으로 3838억원 줄어들었다. 여기에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여행 이 급감, 제휴사 지급수수료가 2406억원 감소한데 이어 대면모집 위축에 따른 모집비용도 1187억원 낮아졌다.

이처럼 카드업계는 지난해 실적 면에서 한 숨을 돌렸다고 할 수 있지만, 올해의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신업계는 지난 2012년부터 3년에 한 번씩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는데, 2021년이 바로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19일 3~4곳의 회계법인에 카드 수수료 원가 분석 참여를 요청하는 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협회는 4월 둘째 주 내로 입찰 의사를 밝힌 회계법인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계약한다는 방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수수료 재산정 논의를 위한 테스크포스(TF)구성과 회의 일정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전의 사례를 참고하면 약 4월 중순경부터 본격적인 수수료 재산정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현재 카드업계가 수수료 인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금융감독원

카드 수수료 재산정 논의는 2018년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후 3년 만이다. 당시 금융당국과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 지원 방안으로 우대수수료 적용구간을 30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매출 5∼30억원인 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율 각각 최대 0.65%p, 0.46%p씩 낮췄다.

카드업계에선 올해도 마찬가지로 수수료 인하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올해 재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까지 감안한다면 수수료 인하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수수료 인하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지난 19일 대표발의한 ‘영세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법안(여신전문금융법 일부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개정안은 연간 매출액이 1억원 이하인 영세 중소신용카드가맹점은 우대수수료 상한의 50% 범위 내에서, 연간 매출액이 2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우대수수료 상한의 30% 범위 내에서 추가 우대수수료율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카드업계에선 수수료 인하에 한계가 왔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카드업계는 2018년 수수료 인하 이후 수수료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수료 수익을 의미하는 결제부문 세전이익은 2017년 3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수료 인하가 진행된 2018년 약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9년에도 동일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업계의 실적 개선은 주로 희망퇴직과 점포 폐쇄에 따른 비용 축소로 인한 결과”라며 “오히려 신용판매 수익률은 줄곧 감소하면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 96%가 해당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들로 인해 카드수수료율은 원가에 근접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이같은 비용전가는 카드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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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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