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이 공공주도 개발과 민간주도 개발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등장한 재개발 규제완화 공약으로 주민들의 선택지가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는 2·4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금천구, 도봉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 서울 4개 구 21곳을 대상으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시범사업 추진에 나섰다. 지난달 31일에는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도봉구 창동 준공업지역, 은평구 불광동 저층 빌라단지 등 시범사업 후보지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정부의 발표에 따라 개발 사실을 파악한 주민들은 공공주도 복합개발 사업에 참여할지 고민하고 있다. 도심 복합개발 사업은 토지 소유자의 10% 동의를 받아야 예정지구 지정이 가능하다. 또한 예정지구 지정 후 1년 내에 토지주 3분의 2 이상을 받아야 본 사업이 추진된다.
주민들이 복합개발 사업에 참여할 경우 수익과 직결된 용적률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공공 개발에 법정상한의 최대 140%(최고 700%)까지 용적률을 높여주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추산 결과 공공 재개발이 민간 재개발 보다 111%p(민간 269%, 공공 380%)까지 더 높은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또한 정부는 후보지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일조·채광기준 ▲가로구역별 조례로 정한 높이기준 ▲대지 안의 공지기준 ▲조경설치 의무기준 등을 완화해 주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민들이 민간개발 보다 공공개발에서 10~30%p 더 높은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복합개발에 찬성할 경우 2월 24일 이후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현금청산 대상에 포함되며, 개발 지역 내 다주택자는 아파트 입주권을 한 장만 받게 된다. 또 전체 주택 물량의 70~80%는 공공분양으로, 환매조건부·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 및 공공임대를 20~30% 범위에서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 신뢰가 하락한 LH에 사업 주도권을 넘겨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또 다른 선택지, 민간개발
주민들이 공공주도 복합개발 대신 선택을 고민하는 방안은 민간 개발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오 후보는 “취임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며 규제 완화 공약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민들은 서울시의 규제 완화로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의 차별성이 사라지면 굳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현금청산 및 입주권 제한 등 규제가 까다로운 공공 복합개발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불광동 복합개발 후보지 주민은 “공공주도로 가야하는지, 민간주도로 가야하는지 혼란스럽다”며 “두 개발 방식의 이익에 큰 차이가 없다면 공공보다는 민간개발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재개발 방식은 주민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앞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업은 모두 주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민간으로 하는 것을 원하면 편한 대로 선택하면 된다”면서 “우리 사업은 공공성을 일정 부분 갖고 하기에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데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민간 개발의 경우 규제 완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서울시장 선거 후 규제가 실제 완화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장의 권한만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용적률 완화의 경우 서울시 소관이지만 시의회의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서울시의회 의원 110명 중 102명은 민주당 소속이다. 시의회의 협조 없이 서울시장의 결정만으로 규제 완화가 어렵다는 애기다.
익명의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선거기간이라 발언이 조심스럽다”면서도 “서울시장이 새로 뽑힌 다고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한 번에 풀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재개발이나 복합개발 지역에서 향후 규제 완화만 믿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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