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박용주 기자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호남에 출병한 의병들의 애국혼이 깃든 전북 임실군 오수면 ‘구로정’이 옛모습을 되찾아 복원됐다.
24일 임실군에 따르면 구로회계(회장 한기수)는 오수면 둔덕리 산47번지 일원에서 구로정(九老亭) 현판식을 가졌다.
1663년 최초 조성된 구로정은 수차례 중건을 거치다 1954년에 중건했으나, 낡고 허물어진 정자에 지역민들의 안타까움이 컸다.
구로정 복원은 전북도의 지원을 받은‘오수 둔데기마을 옛길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둔덕리 일대 주민들과 구로회 회원들의 소망이 결실을 이루게 됐다.
구로정은 둔덕리 일원 아홉 노인이 주축이 돼 구성한 구로회(九老會)에 의해 세워졌다.
둔덕리 일대에는 구로정을 비롯해 단구대(丹丘臺), 삼계석문(三磎石門) 등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특히 구로정 아래로 흐르는 섬진강 오수천은 월평천과 율천을 아울러 삼계(三溪)라 불렸고, 하얀 모래와 빼어난 경치로 오수면 일대에서 화전놀이, 천렵 등을 하던 곳으로 뭇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구로정은 단구대라고 하는 바위 위에 세워졌다. 이 단구대는 색깔이 자색이어서 자단(紫丹)이라고도 불린다.
단구대에는 ‘구로일소(九老一小)’라 불린 장제, 한빈, 하득도, 한유, 장서, 장선, 하만리, 최휘지, 최유지와 젊은이 이문규 등 10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들은 대부분 1636년 병자호란 당시 구국근왕병을 자처하며 호남지역에서 출발한 호남 의병이거나 의병의 아들, 동생으로 외세 침략에 맞서 싸웠다.
호남병자창의록에는 임실 의병으로 이두연, 조평 등 11명, 남원 의병으로는 황정직, 한경생 등 87명의 참전 의병들의 이름이 등재돼 있다.
구로회에서 조성한 삼계석문은 구로정에서 70m 정도 떨어진 곳에 약 8m 높이의 바위에 서까래 같은 큰 글씨로‘三磎石門’네 글자를 세로로 새겼다.
삼계석문의 서체 필획이 경남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비와 유사해 고운 최치원의 글씨라 전해지고 있는 쌍계사 입구의‘쌍계석문(雙磎石門)’의 글씨를 모작해 최유지의 아들인 최기옹이 쓴 글씨로 알려져 있다.
현판식을 준비한 구로회 한남연 총무는“허물어져 가는 구로정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움이 컸다”며“후손된 입장으로 구로정 현판을 다시 걸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전했다.
심 민 임실군수는 “오수둔데기 마을 옛길 복원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구로정 복원사업으로 구로정 일대에 흐르는 병자호란 당시 창의했던 선대 어르신들의 정신이 더 널리 전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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