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 직장인 김모(37‧대구 달서구)씨는 다음주 3살난 딸아이와 함께 부산으로 휴가를 떠날 계획했지만, 급하게 일정을 변경했다. 호텔을 취소하면서 발생한 약간의 수수료는 감수하기로 했다.
김씨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바다도 보고 물놀이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오는 걸 보니 불안해서 여행을 취소했다”면서 “조심해서 나쁠 거 없는 만큼 이번 휴가는 그냥 집에서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다 기록을 세우면서 코로나19 확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도 유래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스치기만 해도 감염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한 전파력에 시민들은 여름휴가와 방학을 이용해 미리 세워뒀던 여행을 취소하고 각종 모임 일정도 변경하고 있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20~30대를 중심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검출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 본부장은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델타 변이 검출률은 직전 1주 대비해 약 3배 증가했다. 수도권은 4.5%에서 12.7%, 비수도권은 2.0%에서 7.3% 올라갔다”면서 “8월에는 ‘우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서울 마포구, 경기도 영어학원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등 집단감염 사례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돼, 기존 발생한 집단감염에서 혹시 델타 변이가 포함된 것이 아닌지를 확인하고 있다.
대구시도 최근 확진자 가운데 5명이 서울을 방문한 이력을 확인하고 이달초 질병청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 검사를 의뢰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강력한 전파력 때문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치사율은 낮지만, 감염력은 1.5~2.5배 수준으로 높다.
이날 대구경북지역 대형 맘카페 ‘대구맘365’에는 ‘델타 변이는 10초만에 옮는다던데’라는 글이 올라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글을 쓴 회원이 “10초만 같이 있어도 감염된다 덴데 진짜 너무 무섭다”고 말하자, 많은 회원들이 “어디 나가기도 무섭고 사람 만나기도 겁난다”, “마스크를 써도 옮을 까봐 불안하다”, “오늘 약속이 있었는데, 취소했다. 그냥 집 밖을 나가는 것 자체가 무섭다” 등의 댓글로 불안감을 호소했다.
주부 이모(41‧대구시 북구)씨는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자 평소 쓰던 덴탈마스크를 대신 KF94 마스크를 꺼냈다. 이씨는 “그동안 날씨가 더워서 덴탈마스크를 썼는데, 델타 변이가 유행하다는 소리에 불안해서 다시 KF94를 꺼냈다”면서 “애들이 처음에는 답답하다고 싫어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오는 12일부터 2주간 4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대구와 경북 등 비수도권의 거리두기는 지자체별 단계를 유지하되 코로나19 감염 확산 추이에 따라 선제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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