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때릴수록 오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나오던 말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정면 충돌하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 전 총장은 여권에서 공세를 계속할수록 몸값이 올랐다. 최근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정치행보를 본격화하면서 비슷한 효과를 거둘지 관심이 쏠린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을 한 뒤 전격 입당했다. 감사원장직을 사퇴한지 17일 만이다. 그는 이날 입당 배경에 대해 “정치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이라며 “온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사정기관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맹폭을 가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표 잉크도 마르기 전인데 너무 급하다. 우사인볼트도 울고 갈 정도의 속도”라며 “임기 중 출마 선언 자체가 헌법 유린 행위다. 그야말로 자리 ‘먹튀’, 인지도 ‘먹튀’하며 관료들의 특권의식이 목불인견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꼬았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정치적 사익에 눈이 멀어 그 직을 이용해 정치적 중립을 차버린 최 전 원장은 최소한의 금도도, 책임감도, 비전도 없는 3무(無) ‘최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최 전 원장을 ‘친일파’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노선이 안 맞는다며 곧장 친일파에 가담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관직을 받을 때는 충성을 맹세하다가 단물 다 빼먹고 헌신짝 버리듯 하는 나쁜 인간성은 갖지 말자”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여권이 최 전 원장 공세에 집중할수록 오히려 ‘최재형 띄우기’라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대표적 사례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여권과 대립각을 세울 때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추‧윤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의 범야권 대선주자 선호도는 한길리서치 조사(쿠키뉴스 의뢰)에서 25.8%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이 사퇴하면서 관련 이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내림세를 보였다. △12월 25.8% △1월 22.3% △2월 20.1%로 떨어졌다.
그러나 민주당의 난타전이 다시 시작되자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뛰어올랐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4일 정계 진출을 암시하며 직을 내려놓자 민주당은 “참 염치없고 값싼 사람”(정청래 민주당 의원), “배은망덕하고 뻔뻔한 사람이다. 후안무치한 분”(노웅래 민주당 의원)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3월10일 발표된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29.8%로 급상승했다.
이에 민주당이 때릴수록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 과제인 최 전 원장을 민주당에서 공격하면 오히려 고마울 것이다. 윤 전 총장도 때리니까 뜬 것”이라며 “인지도가 낮았던 사람이 화제가 되면 지지율도 따라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는 한길리서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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