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22일 경북 경산시 자인면 한 농가 마당에서는 화장실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가만히 숨만 쉬어도 땀이 흐르는 폭염 속에서 진행된 공사지만 삽을 든 인부들의 얼굴은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인부라고 하지만 사실 이들은 모두 품삯을 받지 않는 재능기부 봉사자들이다.
이들이 폭염 속에서도 팔을 걷어붙인 건 어려움에 처한 한 취약가구의 사연 때문이다. 20평 남짓한 낡은 한옥에 사는 김모(63) 할아버지의 집에는 당연히 있어야할 화장실이 없다. 그동안 할아버지는 이웃집의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며 용무를 해결했다. 그런데 수년전 이웃집이 철거되면서 화장실도 같이 철거됐다. 오래 전 가족들과 헤어진 이후 혼자 살며, 기초생활수급자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할아버지에게 화장실은 그저 꿈이었다.
김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에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았다. 먼저 기업체가 통 큰 지원을 했다. 역대 명예면장도 성금을 보탰다. 여기에 전기설비업체를 운영하는 이장과 건설업에 종사하거나 공사 경험이 있는 주민들이 재능기부를 자청했다. 공사를 하면 나온 쓰레기는 자인면 직원과, 환경미화원들이 수거했다.
공사는 단순히 화장실 설치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무릎관절염과 척추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할아버지를 위한 맞춤식으로 진행됐다. 변기와 세면대, 샤워기를 설치하고 추운 겨울 따뜻하게 온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온수기도 달았다. 화장실 한편에는 작지만 간이 싱크대까지 설치했다.
김 할아버지는 “나의 제일 큰 소망이 이루어져서 너무 행복하다”며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무더운 여름에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도 잠시도 쉬지 않고 나눔 기부를 해 주신 한분 한분 정말 고맙다. 이 마음을 어떻게 다 전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순환 자인면장은 “주민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건강히 지낼 수 있도록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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