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당 밖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국민의힘이 내분에 휩싸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전 검찰총장을 압박하면, 당내 ‘친윤계(親윤석열)’ 중진들이 반발하는 형국이다. 이에 더해 지도부가 윤 전 검찰총장 대선 캠프에 공식 참여한 당내 당협위원장들에게 ‘징계 카드’까지 꺼내면서 미래와 비전은 사라지고 ‘구태정치’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25일 국민의힘 전직 의원 및 주요 당직자 출신 인사들이 합류된 캠프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당내에서는 즉각 비판이 제기됐다.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록 야권이지만 윤 전 검찰총장 캠프에 들어가는 건 온당치 않다. 윤 전 검찰총장은 아직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캠프 편성에 참여했다는 건 후보에게 조언하는 것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당협위원장 사퇴 사유가 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윤 전 검찰총장의 캠프 추가 인선 발표 직후, 일부 당내 인사들이 당 밖의 윤 전 검찰총장 캠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상도덕·양심의 가책” 등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징계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당외) 대선주자가 들어오지 않고 경선열차가 출발하면 명백하게 당 밖 주자를 돕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거기에 대해서는 윤리규정이 복잡하지 않다. 판단에 다른 여지는 없다”며 경고장을 날렸다.
이는 윤 전 총장의 ‘8월 입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읽힌다. 윤 전 총장의 합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외주자 캠프를 조력하는 당내 인사들에게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이 경우 박민식·이학재 전 의원과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 등 현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이 징계 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전 검찰총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이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가 같은 진영에 있는 대선주자를 공격하고 나서는 일 자체가 상도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4일 “당내 주자에 대해서만 지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등 쓸데없는 압박을 윤 전 총장에게 행사해서는 곤란하다”며 “국민의힘은 스스로 위기상황임을 엄중히 인식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당내 공방이 계속되면서, 비전 없는 소모전만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희숙 의원은 지난 26일 “최근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난은 구시대 망령을 소환하는 구태 정치를 보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구태 정치에 찌든 더불어민주당과 달라야 한다. 정책과 비전으로 날 선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윤 전 검찰총장이 입당 시기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검찰총장의 구체적인 입당 시점이 여전히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그는 지난 25일 “제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결정할 때까지 시간을 좀 갖고 지켜봐 달라 말씀드렸다”고 구체적인 입당 시기 언급은 피했다.
윤 전 검찰총장의 입당 시기가 조율되지 않는 이상, 국민의힘 내분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최종 과제는 국민의힘 주도로 차기 대선을 이끄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 전 검찰총장이 계속 제3지대에 머무르며 주도권을 쥐게 되면, 야권 대선 승리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 존립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경선 룰이 100% 확정되면 그때 가서 입당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며 “다만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라는 고집을 꺾지 않는 경우 국민의힘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내분이 깊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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