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영재 기자 =전북 남원을 대표하는 춘향제의 얼굴 ‘춘향 영정’을 둘러싸고 지역사회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엄혹한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춘향사당을 짓고 춘향 영정을 봉안, 춘향제의 시초를 연 당시 ‘남원예기조합’ 최봉선이 처음으로 봉안한 춘향 영정이 버젓이 남았는데도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영정을 60년 가까이 걸어둔 데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더욱이 시민단체의 요구로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춘향 영정을 철거한 뒤로도 남원시는 최초 봉안한 춘향 영정은 작품성이 낮다는 이유로 제3의 작품으로 공모를 추진하려다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남원시도 한 발 물러나 공론화위원회에서 원점에서 논의해 새로운 춘향 영정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친일인명사전에도 오른 대표적인 친일화가 김은호의 춘향 영정을 끌어내린 남원정신연구회는 31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최초춘향영정복위추진연대를 발족, 춘향제의 시초가 된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 최봉선이 처음 봉안한 춘향 영정 봉안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의 요구는 명확하다. 최초 춘향 영정 복위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이자 일제에 대한 항거로 출발한 춘향제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춘향사당에 최초로 봉안됐던 춘향 영정은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춘향 영정을 철거해 향토박물관 수장고로 옮기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발견됐다.
최초 춘향 영정은 30대 어사부인으로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풍모에 귀품 있고 당당한 중년여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남원역사연구회 김양오씨는 “일제강점기 엄혹한 일제 감시와 탄압에 춘향사당을 세우고 춘향 영정을 봉안한 최봉선과 의기들의 분연한 정신이 춘향제의 뿌리가 되고 있다”며 “엄연히 춘향제의 최초 영정이 있는데도 일부 남원시의원과 시민들은 춘향의 모습이 아리따운 소녀가 아니라 중년여인이라는 고루한 편견에 막혀 새로운 춘향 영정 제작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친일화가 김은호의 춘향 영정을 철거한 자리에 최초 춘향 영정 봉안 요구에 남원시는 새로운 영정 제작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김은호 작품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지고 복식이 맞지 않는다는 등 문제를 들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역사적 의미는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장의 ‘젊고 예쁜 춘향이 그림’ 의뢰를 받고 일본 화풍으로 그린 김은호의 춘향 영정이 미술적으로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의 연속선에서 춘향을 10대 소녀의 틀에 가둬 젊고 예쁜 춘향이만 고집하는 고루한 관습적 편견이 최초 춘향 영정 봉안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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