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기 싫다, 우울증일까? 

아무 것도 하기 싫다, 우울증일까? 

코로나19 유행 이후 ‘무기력’ 호소 늘어

기사승인 2021-08-31 04:56:02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몸이 자꾸만 늘어진다. 분명히 쉬었는데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이러한 무기력한 상태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무기력함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단순히 ‘게으름’ 또는 ‘우울증’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증상’으로 나타나던 무기력이 심각해지면 그 자체가 원인이 돼 더 큰 심리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신간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을 통해 무기력함의 여러 원인들과 그에 따른 행동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무기력은 의학용어가 아닌 일종의 ‘증상’이지만 무기력 상태가 지속되면 깊은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기력 원인 다양…‘자기 연민’ 빠지지 않아야

한 교수는 ‘무기력’의 원인을 크게 △신체 △감정 △정신으로 구분했다.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번아웃증후군’은 ‘신체적 원인’에 의한 무기력으로 볼 수 있다. 신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을 하게 되면 결국 지쳐서 깊은 무기력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IT기술 발전과 코로나19 유행으로 업무환경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테크노 스트레스(Technostress)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해 받는 스트레스가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업무 부담도 심화되는 것이다. 

한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쉴 시간은 오히려 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퇴근 후나 휴일에도 카카오톡으로 업무지시를 받고, 일과 개인의 삶 사이에 경계가 사라지며 부담감이 늘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무기력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적응하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따라가지 못하면 시대에 뒤처지는 취급을 하니 ‘현타(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에 빠지고 의욕상실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감정적 문제로 의해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은 낮은 자존감, 공감피로, 외로움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젊은층과 노년층에서 주로 나타난다. 

한 교수는 “자존감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자기효능감이다. 이는 내 능력과 과거 업적에 대한 자부심이고, 맡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다. 즉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이라며 “하지만 학력과 무관하게 취업이 어려워진 현재 고3 학생들, 취업준비생들은 ‘작은 성공’을 경험할 기회도 없다보니 ‘실패자’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공감피로’는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픈 감정을 공감해주다 자기 자신이 지치는 상태다. 업무 만족도와 몰입도가 떨어지면서 감정적으로 멍한 무기력 상태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공감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는 의료진이나 텔레마케터 등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다. 

외로움으로 인한 무기력은 최근 노년층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동네 복지관이나 경로당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심화돼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자기 연민’에 의한 정신적 무기력 상태라면 늪에 빠진 것처럼 더 깊은 무기력 속으로 가라앉고,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 교수는 “우리는 연민의 대상에게만큼은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그 대상이 타인에서 나 자신으로 바뀌어도 마찬가지”라며 “자기 연민에 빠지면 스스로에게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자신의 무기력한 행동과 태도를 합리화한다”고 지적했다. 

◇‘루틴’ 만들고, 규칙적 운동…일-휴식 구분해야

한 교수는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루틴’을 만들어 지킬 것을 제안했다. 그는 “누구든 무기력할 수 있고 지칠 수 있고 화날 수 있다. 하지만 의욕이 없어서, 자기 연민에 빠져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타인을 괴롭히는 것”이라며 “아무리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지쳐서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기력하다고 해서 나의 미래를 갉아먹지 않도록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루틴을 만들면 일단 뭐라도 시작할 수 있고 기본적인 건 하게 된다”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하루 루틴을 만들어보자. 책 1~2장 읽기도 괜찮고, 성경 한 페이지 받아쓰기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또 한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걷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와 무기력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적어도 일주일에 3번 이상 1시간 또는 30분씩 매일 걷을 것을 권고한다”며 “적절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은 자살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기 때문에 자신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의 강도를 조절하고 쉬는 시간을 지켜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파악한 다음 부담이 되는 업무는 재조정해야 한다”면서 “쉬는 시간과 업무 시간이 구분되지 않으면 더 지칠 수 있다. 쉬는 시간에는 확실히 쉬고, 쉴 때엔 내 전공이 아닌 일로 쉬어야 한다. 즉 글을 쓰는 사람은 걷거나 노래하며 몸을 움직이고, 육체적 노동을 하는 사람은 책을 읽는 방법으로 쉬는 것이 도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자신에게 유머를 던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는 “자신에게 칭찬과 유머를 던지면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