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페미니즘 백래시에 반격 나선 여성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페미니즘 백래시에 반격 나선 여성들 

기사승인 2021-08-31 14:49:26
지난 22일 대전에서 진행된 팀 해일의 백래시 규탄 시위. 팀 해일 제공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페미니즘에 대한 테러와 폭력 등 이른바 ‘백래시’ 현상에 여성들이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를 이끌었던 팀 해일은 31일 활동을 종료한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두 달간 부산과 인천, 경남 창원, 경북 포항, 광주, 대전,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백래시 규탄 시위를 진행해왔다. 

팀 해일은 2030 여성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다. 백래시 규탄을 위해서다.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각종 여성혐오 행위를 용납하지 말 것 △여성혐오의 브랜드화를 적극 저지하고 규제할 것 △반페미니즘에 편승하는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주지 말 것 등을 촉구했다.  

백래시는 곳곳에서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자살예방센터의 운영이 마비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에서 여성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는 이유로 남성들이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비난 글로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해킹도 시도됐다. 지난 5월에는 포항공대 총여학생회가 추진한 반성폭력 활동가 초청 강연이 무산됐다. 지난달에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팀 해일의 시위 현장에서도 일부 남성들이 고함을 지르거나 물총을 쏘는 등 위협을 가했다.

정치인들 또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하태경 의원과 이준석 대표가 폐지론을 꺼냈다.  

팀 해일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정치계가 앞다퉈 젊은 남성들의 ‘역차별’ 정서를 자극하고 그들의 요구를 수렴하는 동안 여성인권은 무참히 짓밟혔다”고 비판했다. 이어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여성이 동등한 인간임을 인정할 것이냐”며 “여성들은 더 이상 혐오에 동조하고 힘을 실어주는 국가를 향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대전에서 진행된 팀 해일의 백래시 규탄 시위. 팀 해일 제공.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에서도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6일 온라인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백래시 현상을 부추기는 정치권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이대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한국 정치가 걸어온 길을 지워버리는 ‘혐오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백래시는 현실이다. 젠더 차별이 젠더 갈등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 정확한 언어로 반박해야 한다”며 “여성들은 차별과 싸우는데 남성들은 여성과 싸우고 있다면 과연 그것을 젠더갈등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신유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운동기획팀장은 “페미니스트가 잘못된 게 아님에도 온라인에도 특정용어·숏컷에 대한 혐오 논리가 형성됐다”며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위협받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여성들이 온라인을 다시 연대의 장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온라인 여성대회’를 준비 중”이라며 “향후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발언에 백래시가 있는지 적극 점검하고 여성인권이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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