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를 둘러싼 ‘주술 논쟁’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손바닥 ‘왕(王)’자로 시작된 공방은 후보들 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때아닌 ‘주술 논쟁’이 벌어지며 여권에서는 ‘주술의 힘’이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윤석열 손바닥에 쓰인 王… 홍준표·유승민과 잇단 신경전
지난 1일 국민의힘 5차 토론회가 끝나고 윤 후보의 왼쪽 손바닥이 큰 화제를 모았다. 임금 왕(王)으로 보이는 글자가 손바닥에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윤 후보 측은 ‘일회성 해프닝’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지난 3·4차 TV 토론회 때도 같은 표시가 새겨져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경쟁 진영에선 곧바로 공격에 나섰다. 홍준표 후보는 “무속 대통령 하려고 저러나 의아했다”며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것이 밝혀져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순실(최서원)씨를 언급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씨를 시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문 하나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며 “이제 부적 선거는 포기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홍 후보의 ‘주술’ 공격에 윤 후보도 같은 무기로 맞섰다. 윤 후보는 “어떤 분은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다닌다고 소문이 나기도 했다”며 “정치인들이 이런 걸 참 좋아한다. 누굴 음해하고 공격하는 건 정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홍 후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평소 빨간색을 좋아해 즐겨 착용하는 점을 들어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유승민 후보도 윤 후보에게 무속인·역술인과의 관계 등을 물으며 맹폭을 가했다. 유 후보는 6차 토론회에서 역술인, 항문침 전문가, 관상가 등으로 활동하는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한 뒤 “이들을 알고 있는가. 천공스승은 윤 후보에게 지도자 수업을 한다고 인터뷰까지 했다”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천공스승은) 아는 사람이지만 멘토라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라며 “항문침 전문가 등은 모른다”고 답했다. 또 “그런 분들은 잘 안 만난다. 우리나라 여자분들이 점 같은 것을 보러 다니는 분들도 있지만, 장모가 어떻게 하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격한 공방이 오간 뒤 양측이 사석에서 언쟁을 벌였다는 소문도 돌았다. 토론회가 끝난 뒤 윤 후보가 유 후보의 가슴팍을 밀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윤 후보 측은 “사실이 아니다. ‘정법이라는 분은 강의가 많으니 한번 보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다’고 유 후보에게 악수를 건넸지만, 유 후보가 손을 뿌리쳤다”고 해명했다. 정법은 천공스승이라고 불리는 인물의 강의다.
유 후보 측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유 후보 측은 “윤 후보가 ‘정법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정법을 미신이라고 하면 명예훼손 될 수도 있다’라고 하면서 유 후보 면전에 손가락을 흔들며 항의했다”며 “손을 뿌리쳤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당 대표로서 야속하다”
제1야당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이 ‘주술논란’에 휩싸이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7일 오후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왕(王)자 논란, 개명 논란, 빨간 내복 이런 것들은 서로 자제를 좀 했음하는 그런 생각”이라며 “당 대표로서 이렇게 돌아가는 경선 구도가 야속하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국민의힘을 향한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제1야당 경선에 정책경쟁이 사라지고, 주술 논쟁만 한창이라니 참담하다”며 “참으로 전근대적이다. 참담하다. 국민의힘이 아니라 주술의힘으로 정권 교체를 꿈꾸는 게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비꼬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8일 “대선판에 이상한 침, 도사, ‘왕’자 까지 (등장했다)”며 “촛불 혁명으로 극복한 주술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음울한 그림자”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신동근 의원도 SNS를 통해 “국민의힘이 주술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윤 후보의 멘토로 거론된 천공스승은 자신이 검찰총장 사퇴를 조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7일 방송된 YTN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오래 싸우면 모든 검찰이 어려워질 테니 사퇴 시점을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과 윤 후보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통해 알게됐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불거진 ‘王’ 논란에 대해선 “전혀 아니고 나는 그런 짓 못하게 한다”며 “윤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만나지 않았다. 이른바 멘토 관계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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