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배터리팩 가격은 KWh당 120~130달러 수준으로 10년 전에 비하면 대폭 낮아졌다. 그럼에도 내연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가격이 100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배터리사들은 가격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차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지금보다 30% 더 낮춰야 한다”며,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배터리 가격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내연기관차와 현실적으로 경쟁하기까지는 6~7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배터리사들은 배터리 생산규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향후 증가할 배터리 수요에 대비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배터리 생산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연간 50GWh 이상 생산하면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생산규모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배터리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다. 특히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SK온은 포드와 각각 동맹체제를 구축하고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설립이 유력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은 오하이 주와 테네시 주에 총 7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독으로 추진하는 그린필드(75GWh) 배터리 공장까지 추가 설립되면 미국 내 145GWh 생산능력을 갖춘다.
SK온과 포드의 합작사 '블루오벌SK'는 테네시 주와 켄터키 주에 각각 43GWh, 86GWh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 현재 건설 중인 조지아주 1공장(9.8GWh), 2공장(11.7GWh)을 포함하면 SK온은 미국 내에서만 150GWh 생산능력을 갖게 된다
배터리사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 고도화를 통해 성능을 올리면서도 원가를 낮추려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값비싼 코발트 비중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높이는 하이니켈 배터리 전략도 포함된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터리 주요 원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값비싼 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다른 원료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가 올해 하반기 출시한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 ‘젠5’가 대표적인 예다. 젠5는 기존 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는 20% 높이고, 원가는 20% 이상 낮춘 제품으로 배터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당 배터리는 롤스로이스, BMW 전기차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속해 배터리 효율성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 원자재가 배터리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게 사실로 비싼 코발트 비중을 줄여가는 대신 니켈를 늘리는 연구개발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코발트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배터리도 양산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음극재에서는 흑연만 썼는데 점차 실리콘 함량을 늘려가면서 같은 크기라도 용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원가 절감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배터리사들이 전혀 고려하지 않던 리튬인산철(LFP)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LFP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업체가 주로 생산한 배터리로 국내 배터리사들이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저가·보급형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배터리사들도 뒤늦게나마 뛰어들려는 모습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지동섭 SK온 사장은 지난 5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LG에너지솔루션도 LFP 배터리 관련 제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성능보다 원가 절감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LFP 배터리 생산을 통해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단 의도로 보인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원가 절감을 위해 올해 초 전담 부서를 만들기도 했다. 기존 사업기획 부서에 담당하던 업무를 별도 분리해 ‘수익성개선팀’을 출범시켰다. 협력업체 발굴 및 외주화 역량검토 등이 주요 업무로 배터리 사업 전반에 걸쳐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