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직이 공석으로 남겨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인 결과다. 당내에서는 대선 승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괄선대위원장? 무슨 대단한 자리라고” vs “그 양반 내게 물어보지 말라”
윤 후보 측은 25일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비워둔 채 선대위 주요 인선을 발표했다. 영입을 공들여온 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갈등이 장기화한 탓이다. 이견이 반복되면서 감정적인 앙금이 쌓여가는 모양새다.
갈등은 김 전 위원장의 ‘인사 물갈이’ 요구로부터 촉발했다. 그는 지난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상황 인식이 정확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대통령들을 보면 지나치게 특정한 사람, 편리한 사람에 집착하다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나서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캠프의 전면쇄신을 내세운 셈이다.
그는 박근혜 정권 당시 ‘문고리 3인방’을 들며 재차 사람 정리를 충고했다.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 전 위원장은 “대표적인 것이 박 전 대통령 문고리 3인방이다. (박 전 대통령이) 그 사람들만 상대해서 그 사람들 얘기만 옳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선 성공할 수가 없기에 윤 후보는 냉정한 판단을 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명목뿐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맡지 않겠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 없다”며 “일을 하려면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변 사람들이 따라올 수 없다면 뭐하러 가겠냐”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4일에도 선대위 합류 거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그게(총괄선대위원장) 무슨 대단한 자리라고”라며 “더 이상 정치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내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나도 내 할 일을 해야지 선거에 대해 신경을 쓸 하등의 의무도 이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도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23일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기자님들이 파악해 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 양반 말씀하는 것은 내게 물어보지 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위원장을 먼저 찾아갈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생각을 해보시겠다고 했으니 기다리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하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金 “주접 떨어놨던데”…尹 “더는 말 안하겠다”
양측은 지난 24일 저녁 전격 회동했지만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 후보와의 만찬에 대해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오늘 언론보도를 보니까 (윤 후보가) 무슨 최후통첩을 했다고 주접을 떨어놨던데, 내가 그 뉴스 보고 잘됐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내 입장을 얘기했다. 거기에 대해서 내가 더는 물러나지 않으니까 알아서 해결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더는 딴 얘기 하지 않겠다. 자꾸 말을 만들어내면 서로 기분만 나빠지니까 질문들 하지 말라”라고 날을 세웠다.
윤 후보도 냉소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같은 날 김 전 위원장 발언을 최고위원회의 직후 전해 들은 윤 후보는 “김종인 박사님과 관련된 얘기는 제가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말씀드리는 게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선대위 인선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자 당내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25일 “비상한 시기에 창의적인 대안과 발빠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데 매머드급 경륜형 선대위로 가능한가”라고 지적했다. 임승호 대변인도 지난 24일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활력 넘쳐나던 신선한 엔진이 꺼져가는 느낌”이라며 “최근 선대위 구성 과정이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