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지 마을의 코딩 전도사 ‘숲속엄마’ 송미선 강사

[인터뷰] 오지 마을의 코딩 전도사 ‘숲속엄마’ 송미선 강사

“내 아이를 가르치는 마음으로” 

기사승인 2021-11-29 16:28:38
경북 봉화에서 코딩을 교육하고 있는 SW미래채움 송미선 강사. (최태욱 기자) 2021.11.29
전교생이 29명인 작은 시골 학교인 경북 봉화군 봉성면 동양초등학교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은 필수다.
5학년과 6학년을 합쳐도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은 5명 안팎. 1개 반 학생이 30명이 넘는 대도시 초등학교와는 수업 방식도 다르다.
SW미래채움 송미선 강사는 학생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1대 1 맞춤형 수업을 진행한다. 
장난기 가득한 학생들의 질문이 익숙한 듯 송미선 강사는 허리를 숙여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소프트웨어를 배운 것이 인연이 돼 시골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코딩 전도사’다. 

아들딸 교육하려 코딩 강사가 된 농부 
송미선 강사는 ‘숲속엄마’로 불린다. 스스로도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다.

15살 때 부모님을 따라 봉화군에 둥지를 튼 뒤 이곳 생활이 좋아 여기서 결혼하고, 아이 다섯을 낳아 기르고, 숲속에서 농사를 짓는다.

그는 친환경 농법으로 방울토마토와 고추, 미니사과 등을 키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귀농으로 시골에서 자란 것이 좋았고 직접 기른 것을 내가 먹고,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이 좋아 운명처럼 봉화에 정착했다.

“부모님을 도와 자연스럽게 농사를 짓게 됐는데 무엇보다 내가 기른 작물을 다른 사람들이 먹고 좋아하는 것이 행복했어요.”

농사를 짓고 살겠다고 결심한 송미선 강사는 2000년 목수인 남편을 만나 숲속에 나무집을 지었다. 

지금은 경북농민사관학교에 다니며 체계적으로 농업을 공부하는 열정적인 베테랑 농부다. 

SW미래채움 송미선 강사는 자녀들을 교육하려 코딩 강사가 된 20년 차 농부다. (최태욱 기자) 2021.11.29
AI 시대 소프트웨어 교육은 필수
20년 차 농부인 그가 소프트웨어를 접한 것은 순전히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숲속에 살아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많아요. 그 중 대표적인 게 소프트웨어인데 방과후 선생님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인근 도시로 학원을 보내는 것도 힘들어 내가 직접 배워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죠. 급변하는 인공지능(AI)과 더불어 살아가야 되는 시대에는 필수잖아요.”

2020년 SW미래채움 강사 양성 과정을 알게 된 숲속엄마는 소프트웨어와 코딩 삼매경에 빠졌다. 바쁜 시간을 쪼개 낯선 분야를 배운다는 것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보람 있고 좋았다. 

5명의 아이를 키워서일까.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전공자가 아니라서 무엇이 어렵고 부담스러운지를 잘 알았다. 

가급적 어렵지 않은 단어를 쓰고 아는 만큼 친근하게 가르치려 노력했다. 덕분에 아이들도 잘 따라왔다. 

“여긴 동네가 작아요. 학생 대부분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자랐죠.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는 아이들이라 거부감이 적어 ‘엄마표 수업’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비전공자의 장점도 많아요.”

강사로 활동하며 지역 간 교육 격차 실감
그는 강사로 활동하면서 지역 간 교육 격차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코딩 활성화 계획은 있지만 겉핥기식이다. 

“학생들 간의 교육 불균형도 문제지만 부모들의 인식 차이는 더 큰 것 같아요. 코딩 교육을 컴퓨터 교육과 동일하게 생각할 정도로 이해도가 떨어집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나 소프트웨어 교육이 절실한 이유죠.”

지역 초등학교 2곳과 아동복지시설에서 강의하는 송미선 강사는 “코딩이 뭐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상상하는 것을 마음대로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자신이 겨우 LED 불빛 하나를 제어한 것에 감탄하고 블록코딩으로 로봇을 움직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더 전문적인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해 지역에서 신뢰 받는 강사로 활동하고 싶어요.”

오지 마을의 코딩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숲속엄마’ 송미선 강사. (최태욱 기자) 2021.11.29
송미선 강사는 힐링하며 자연과 농산물을 체험할 수 있는 치유 농장을 만들고 있다.

더 나아가 자연 속에서 과일 수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며 농장을 체험하고 코딩도 배울 수 있는 ‘코딩 카페’ 운영도 꿈꾸고 있다. 

친환경으로 자생력 있는 작물을 키우듯 앞으로 살아가야 될 세상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준비를 돕고 있는 ‘숲속엄마’ 송미선 강사.

그는 지금 이 시간 망설이고 있는 미래의 SW미래채움 강사들에게 도전을 권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도전하세요. 농부로만 살던 나도 AI와 친구가 됐어요.”

봉화=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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