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님, 저도 일하고 싶어요”…청년이 말하는 ‘청춘’의 무게는

“대선후보님, 저도 일하고 싶어요”…청년이 말하는 ‘청춘’의 무게는

대통령님, 이것만은 꼭! - 일자리편

기사승인 2021-12-02 09:20:02
# “지난달에 5개 기업에서 ‘면탈’하고 ○○기업까지 ‘최탈’했어요” (지난달에 5개 기업에서 면접을 탈락하고 00기업도 최종 탈락했어요.)

독취사, 블라인드 등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흔히 올라오는 글이다. 취업준비생 7개월차에 접어든 A(27)씨에겐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학생 시절 매 학기 열심히 살았다. 취업 시장에 뛰어든 다음부터 가슴이 답답해졌다. 별일 아닌데도 짜증을 내거나 날카롭게 반응한다. 소화불량과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취업난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A씨의 잘못이 아니다. 취준생들에게 2021년은 역대 최악의 해다. 지난 2006년 통계 시작 이후 처음으로 청년층 취준생이 85만명을 넘어섰다. 최초로 80만명을 돌파한 지난해(80만4000명)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거 문제부터 일자리까지. 쿠키뉴스는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대선후보들에게도 ‘진짜 청년들의 목소리’가 전해지길.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다음은 30일 공덕역 근처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취준 7개월차’ A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취준생의 하루는

대부분 취업준비에 올인 하고 있다. 보통 오전에는 스터디 카페에서 관련 공부를 한다. 오후에는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다. 집에 돌아오면 영어 공부를 하다가 잠에 든다. 주말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도 간다.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 상주하며 회사 비전과 가치관 등을 하루 종일 탐색할 때도 많다.

-20대에게 취업이란?

솔직하게 말하면, 취업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줄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구하는 거다. 나를 발전시킬 회사에 입사해서 기량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도 취업 준비의 이유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프다. 서류·면접 준비부터 당락을 지켜보는 일까지. 준비 과정만큼은 마냥 설레진 않는다.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어떤 목표로 취준에 임하고 있나

아무래도 압박감이 크다. 주위에서 취직했다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작아지는 나를 느낀다. 평생직장이 없다는 요즘에 잠깐 기거할 자리도 없다는 게 우울하다. 그래도 가치관이 잘 맞고 비전이 있는 직장에 가고 싶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제발 이번에는 좀 붙자!’ 

-코로나 시대의 취준,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신입 채용이 하늘의 별따기다. 새로 채용 공고가 올라와서 확인해보면 경력직을 뽑는 글이 대다수다. 신입으로 별다른 경력이 없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답답할 때가 많다. 초봉을 깎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이 봤다. 더 철저한 을의 입장으로 취업 준비를 하게 된다. 

취업준비생 A씨.   사진=최은희 기자


-평소 취업 준비에 드는 비용이 있는가?

생활비가 문제다. 취업 준비생은 면접이나 시험 등 변칙적인 스케줄 탓에 정기적인 아르바이트를 하기 힘들다. 부모님의 지원과 단기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다.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비용도 꽤 든다. 

-정부가 청년 대상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을 지원해봤는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나

취업성공패키지를 이용해봤다. 학원을 공짜로 다녀서 생활비에 보탬이 됐다. 취업한 친구들은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를 높게 평가한다. 지원금으로 본인 사업을 여는 경우도 봤다. 청년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비슷한 정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에 대한 갈망이 큰 것 같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좋은 일자리란

‘기본’은 지키는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 부당하게 대우받지 않는 곳, 상사라는 이유로 무례함이 허락되지 않는 곳, 수당 없는 초과근무가 없는 곳. 거기에 임금 제때 주는 곳. 당연한 일인데 안 지켜질 때가 많지 않나. 이 정도만 지켜져도 청년 퇴사율이 반토막으로 줄 것 같다.

취업준비생 A씨.   사진=최은희 기자


 -“요즘 애들은 눈이 너무 높다”라는 비판도 있는데

과거 직장인들이 대우받지 못한 현실이 반영된 말 같아서 슬프다. ‘회사 일이 많으면 당연히 야근해야지’, ‘일찍 출근해서 상사 책상 정리도 해두면 좋은 거지’, ‘부하니까 알아서 바짝 엎드려야지’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아닌가. 

또, 소위 ‘네임드 대학’ 나온 청년들이 몇 퍼센트나 되겠나. 대부분 고스펙자들이 ‘대기업 아니면 안 간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주위 청년들 중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이직하는 경우는 많이 못 봤다.

-기업의 수시채용이 늘었다. 수시 채용 증가에 대한 생각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공채는 한번 떨어지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런 부분이 개선된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린 것 아닌가. 수시 채용의 단점도 있겠지만 차차 개선해나가면 좋겠다.

-5년 뒤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가

한 직업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이 ‘큰 로봇의 부품이 된 것 같아 회의감을 느낀다’고 하더라. 죽기 전까지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 입장으로써 그런 생각이 계속되면 힘들 것 같다. 회사에 소속감도 느끼며 오래 일하고 싶다. 

또, 내 입에만 풀칠하고 싶진 않다. 청년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확언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 않나. 취준 기간이 끝나지 않을 터널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을거다. 어려운 일을 견디고 있는 내 자신과 또래 취준생들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해주고 싶다.

-내년에 취임하게 될 대통령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회사는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노동자에게 최대 이익을 뽑으려고 하지 않나. 그 한계를 정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 한계를 보면 답이 나온다. 국민이 정부를 위한 일꾼인지, 정부가 국민을 위한 일꾼인지. ‘청년’을 위해 일하는 후보를 뽑고 싶다. 청년의 진짜 고민을 들어주는 대통령이 되어달라.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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