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꾸기 달인 이재명?…“진심이 뭐야” 헷갈리는 국민들

말바꾸기 달인 이재명?…“진심이 뭐야” 헷갈리는 국민들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책 내놓고 반발 시 철회 반복
국토보유세 반대 많자 후퇴
“전두환 경제성과” 발언도 도마에

기사승인 2021-12-16 06:00:1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최근 들어 이재명 후보의 말 바꾸기가 심각합니다. 하도 말을 자주 바꾸니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겠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주요 정책과 공약을 수시로 뒤집은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일관성이 없는 ‘카멜레온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최근 자신의 대표공약을 철회하거나 정책 입장을 선회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놓은 정책이 반발에 직면하면 거둬들이는 식이다.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구상 중인 국토보유세가 대표적이다. 국토보유세는 이 후보가 부동산 투기와 경제문제 해결 방안으로 강조해온 내용이다. 토지를 보유한 사람이 토지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낸 후,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커지자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 신설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일 “‘세’라는 이름이 붙으니 오해가 있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이) 동의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후보의 공약 철회 시사는 처음이 아니다. 기본소득이 그 예시다.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부터 기본소득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토보유세 신설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다시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말을 뒤집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도 번복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민주당도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압박했지만, 결국 입장을 바꿨다. 기획재정부가 꿈쩍하지 않는 데다가 반대 여론이 일파만파 커지면서다. 

특정 인사에 대한 평가도 손바닥 뒤집듯 달라졌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지역 유세현장에서 전두환씨에 대해 “공과가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 진영논리”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광주 5·18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비석을 밟고 서 있다. 연합뉴스

해당 발언은 이 후보가 그간 전두환씨에 대해 보였던 평가와 온도 차가 크다. 이 후보는 전두환씨 사망 당시 “내란 학살 주범”이라며 “흔쾌히 애도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광주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는 전두환씨의 비석을 발로 밟으며 “올 때마다 잊지않고 꼭 밟고 지나간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10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두환씨 옹호 발언’을 거론하며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말하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안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흘 전 전북에서 가진 지역 청년 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을 두고 존경한다고 표현한 점과 대치되는 발언이다. 

이외에도 음식점 허가 총량제, 주4일 근무제 공약을 직·간접적으로 제안했지만,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수습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김모(35·여)씨는 “이제는 이 후보가 밀고나가는 공약이 어떤 건지도 모르겠다”며 “오락가락하는 정책 구상은 국민에게 혼란감만 준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모(29·여)씨도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이런 식으로 말을 뒤집으면 안될 일”이라며 “실용적 이미지를 내세우기보다 신뢰감을 주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후보의 변덕스러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심을 위해 ‘던지고 보는 식’의 경솔한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말 바꾸기가 심각하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겠나”라며 “너무 쉽게 입장을 바꾸다보니 무엇이 이재명 후보의 진짜 입장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상민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서 이 후보의 발언을 “매우 부적절하다”며 “너무 쉽게 왔다갔다 말을 바꾼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후보 측은 정책 유연성과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1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책을 이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과 소통하면서 정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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