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비극적 역사로 남은 ‘여순항쟁’을 기억하기 위한 전시회가 전북 최초로 열린다.
박금만 작가의 ‘여순항쟁 역사화전’은 내년 1월 23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갤러리R에서 전시된다.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 좌우 이념으로 갈라져 싸운 민족의 비극적인 역사 여순사건을 화폭에 담아온 박금만 작가는여순사건 73주년과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을 기념해 전북에서 처음으로 전시회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는 대작으로 구성된 50여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민중봉기와 항쟁, 군경의 진압과 해원의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여순사건특별법에 직접 해당되는 전북의 희생자와 유족들도 상세한 조사를 통해 국가로부터 명예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전시가 이뤄졌다.
박금만 작가는 스스로도 여순항쟁 유가족으로 지난 2004년 먼 친척의 장례식장에서 “너희 할아버지가 여순항쟁에 참여한 전력으로 우리 가족까지 연좌제에 묶여 고통 속에 살아왔다”는 절규어린 하소연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민족 근현대사 비극의 현장에 바로 자신의 할아버지가 있었다는 전언에 작가는 여순항쟁의 기록을 추적, 2017년 12월 30일 할아버지의 애통한 죽음에 얽힌 역사적 기록을 확인하고 여순항쟁 역사화 작품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그는 역사적 현장을 모델과 직접 방문해 사진을 찍고, 화폭에 그려나가는 방식으로 역사화를 그려냈다.
박 작가는 “전라도 지역의 아픔과 슬픔을 극복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쉽게 그릴 수 없는 한국현대사의 비극과 여순항쟁의 역사를 화폭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북에도 임실과, 남원, 순창 회문산 등에서 여순항쟁과 관계된 희생자들이 많은데 유족회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순항쟁의 역사를 바로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회를 준비했고, 전주시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도움으로 뜻 깊은 전시회 기회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1월부터 이뤄지는 여순사건특별법에 따른 여순항쟁 희생자 조사를 통해 전북의 유족들도 사실을 확인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회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한다. 작가와의 대화(1월 8일)와 역사학자 주철희 박사의 특별강연(1월 15일)이 예정돼 있다.
전주=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