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도 채 안 남은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분이 깊어진 사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면서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안 후보를 연일 평가절하하며 야권 단일화 여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11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 40.3%, 이재명 후보 34.7%다. 안철수 후보는 13%로, 직전 조사(5.7%) 대비 7.3%p 급상승했다. 최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해체에 따른 내홍 국면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안 후보가 그 하락분을 흡수한 모습이다. 거대 양당 후보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 후보가 약진하면서 선대본부 곳곳에서는 단일화 논의에 불을 당기고 있다. 안 후보의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윤 후보가 3자 대결 구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 승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린 것이다. 안 후보의 상승세는 국민의힘 선대위 쇄신 및 극적 화해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단일화를 가정한 지지율에서도 안 후보가 위력적이다.
민주당도 안 후보 견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송영길 대표가 나서 안 후보와의 선거 연대에 힘쓰던 태도에서 180도 돌변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20%대에 안착할 경우, 야권 단일화 여부가 대선 정국의 이슈를 선점해 이재명 후보의 선거운동이 묻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윤 후보의 자질론과 가족 리스크가 가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1야당 당 대표는 안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을 보면 윤 후보를 원래 지지하고, 저희 당을 지지하던 2030 지지층이 상당 부분 이전되어서 지지율이 올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스타일 전환 등을 통해 2030의 (지지율에서) 강한 반등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에 단일화의 효과는 큰 의미가 없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이 대표의 ‘깐부’로 통칭되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난 3일 “안 후보의 지지율이 약간 오르니까 상당히 흥분한 모습을 보인다. 안 후보의 지지층이 지금 윤석열 후보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일단 그쪽으로 빠져나가 있는 현상이다. 별다른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집안싸움 책임론에 야권후보 단일화에 장애물이라는 비판이 맞물리면서다. 사실상 야권의 숨은 계륵이라는 평이다.
이와 함께 이 대표의 ‘원팀’ 기조가 일시적인 봉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악의 파국만 막았을 뿐, 향후 대선 일정에서 불안한 동맹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의 즉흥적인 태도로 인한 내분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후보에게 이 대표 관리가 주요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전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이 대표는 거의 쫓겨날 뻔한 상황까지 간 것 아닌가. 처음 기대보다 너무 실망스럽다”며 “첫 등장 때의 신선한 충격은 다 까먹은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대선이 (민주당의 패배로) 끝나는 것 아니냐고 했었다”며 “요새는 어찌 보면 거꾸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가 됐다”고 짚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내분이 봉합됐다고 해도 금방 윤 후보의 지지율이 복원되지는 않는다. 이 대표가 2030세대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도 의문”이라며 “2030 표심이 가족 리스크가 없는 안 후보한테 쏠리고 있다. 야권 중심 후보가 뒤집힐 가능성도 높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