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판세가 ‘이재명 대 윤석열’ 양자 구도로 굳어진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한치도 예상할 수 없는 대선 정국에서 ‘야권 단일화’는 진전이 없는 분위기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설 연휴였던 지난 2일 전국 성인남녀 1012명에게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 이 후보 40.4%, 윤 후보는 38.5%를 기록해 1.9%p 격차로 접전했다. 이·윤 후보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설 명절 민심이 재확인된 셈이다.
안 후보 지지율은 8.2%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지난 조사 대비 1.8%p 떨어지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연초 국민의힘의 내분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한 자릿수를 넘어 15%를 돌파했던 안 후보가 더 이상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대양당 후보들의 네거티브가 과열돼 안 후보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단일화보다 ‘자강론’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가 포착된다. 이준석 대표는 연일 단일화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단일화로 인해 앞으로 이득을 볼 상황이 있을까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전에 안 후보가 우리 윤 후보의 일시적으로 빠지는 지지율을 받으면서 다소 의기양양했었지만, 그 분은 지금까지 많은 선거에서 기고만장해 지지율 하락세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방송 인터뷰에서도 “역대 대선에서 선거일 40일 전 무렵 단일화가 이뤄졌다”며 “전례에 비춰서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안 후보 측도 단일화 의사가 없다고 일축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광주 KBS라디오에 출연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진행하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단일화를 통해 국민과 대한민국이 더 나아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없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충분히 확인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일화 시한’이 한 달가량 남은 만큼 신속한 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후보의 40년 지기이자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석동현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임특보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후보가 대세인 것은 맞다”면서도 “윤 후보는 반드시 안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 하루라도 먼저 안 후보에게 다가가 함께 가자고, 공동정부를 꾸려가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상처 입은 채로 힘 빠져서 기어오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며 “그런 계산은 후보들 본인보다 자기 몫을 지키겠다는 참모들의 선거공학일 순 있어도 두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힘이 배가되는 단일화에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4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들쑥날쑥한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자강론을 펼칠 만큼 여유로운 대선이 아니다”라며 “아직 섣부른 자신감이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40%대를 지키고 있는 점, 민주당의 조직력이 국민의힘보다 우위에 있는 점, 안 후보와 이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윤 의원은 “정권교체 민심이 52%인데 윤석열 후보 지지도가 38%라는 사실은 정권교체 민심을 오롯이 담을만한 결집이 아직 어렵다는 뜻”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대선 모드를 후보 단일화로 전환해야 한다.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윈윈’하는 상생의 단일화를 이루는 게 대선 레이스의 마지막 열쇠”라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거대양당 대선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야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야권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대선 정국의 이슈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부동층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간 안 후보 지지율이 올랐던 건 당파적 이익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며 “안 후보가 향후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 이번에도 타이밍을 놓치면 성장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