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글루탐산나트륨), 과연 우리 몸에 유해한가 [푸드코너]

MSG(글루탐산나트륨), 과연 우리 몸에 유해한가 [푸드코너]

이성희 (푸드 칼럼니스트)

기사승인 2022-02-05 13:30:48
시중에 나와 있는 조미료들.

MSG 유해성 논란의 시발점 ‘중국식당 증후군’


10여 년 전 먹거리 X파일이라는 한 종편채널의 프로그램에서 MSG 사용여부에 따라 착한식당을 선정하면서 때 아닌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MSG를 사용하지 않는 외식업소를 착한식당이라 부른다면 나머지는 모두 못된 식당이냐는 반발도 나왔다. 이는 또 외식업소전체를 싸잡아 폄훼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과연 MSG는 정말로 인체에 유해한가?

MSG(Mono Sodium Glutamate)는 글루탐산과 나트륨이 결합해 만들어진 화합물이다. L-글루탐산나트륨으로 불리는데, 글루탐산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다. MSG는 1908년 일본 화학자 이케다 키쿠나에 박사가 다시마에서 MSG를 분리해내는 데 성공하며 감칠맛이 세상에 알려졌다. 일본인이 평소 즐겨먹는 다시마 국물이 단맛,짠맛,쓴맛,신맛의 혼합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새로운 맛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마미(감칠맛)라고 칭한 그는 1909년부터 아지노모토라는 조미료로 상품화해 팔기 시작했다. 

라면표지에 붙어있는 성분표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던 MSG는 1968년 ‘중국식당 증후군(차이니즈 레스토랑 신드롬)’으로 MSG 유해성 논란의 시발점이 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중국 음식을 먹으면 어지럽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잘 나타나는데 중국 음식에 MSG가 많이 첨가됐기 때문이라는 글이 미국학술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MSG의 1일 섭취허용량을 설정했다. 신생아용 식품에도 MSG를 쓰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FDA-WHO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 

MSG 판매량은 급감했다. MSG가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증후군을 근거로 많이 든다. 하지만 중국 음식의 MSG와 증상과의 관계는 이후 연구에서도 입증되지 않았다. 미국 FDA와 세계보건기구(WHO)는 1995년 공동연구 조사한 결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이라고 판명했다. 미국은 다시 MSG에 대한 규제를 없앴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G가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MSG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도 많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몸에 이상이 생긴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음식에는 여러 가지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섣불리 MSG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MSG의 원료인 글루타민산은 자연계에 흔한 물질이다. 우리 몸 안에서도 스스로 합성된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이니까 당연하다. 모유 100ml에는 글루타민산염이 20mg 가까이 들어 있다. 다시마 국물 100ml에는 글루타민산염이 21~22mg 들어 있으니 큰 차이가 없다. 모유를 먹고 자란 사람이라면 아주 어려서부터 이 감칠맛에 익숙해지는 셈이다. 

천연의 감칠맛을 내는 식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다시마, 멸치, 표고버섯 등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는 이들 천연의 재료대신 MSG를 사용하는 이유는 값싸고 맛이 강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칠맛을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기를 먹는 것이다. 육류에는 단백질함량이 많다. 단백질은 20여 가지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지는데 이중 가장 흔한 것이 글루탐산이고 이 글루탐산의 맛이 바로 감칠맛이다.

음식 맛의 획일화와 질 낮은 재료 덮는 문제 

이 글루탐산을 물에 잘 녹도록 소듐을 붙여준 것이 글루탐산나트륨 즉 MSG다. MSG는 오로지 한 가지 아미노산(글루탐산)으로만 이루어져 강한 감칠맛을 내도록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만든 화학적 합성첨가물인 것이다. 국산 1호 조미료 미원이 올해로 출시 66주년을 맞아 MSG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주부들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데 필수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MSG가 더 이상 주부들의 죄책감을 부추기는 막연한 공포의 대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2016년 한국워킹맘연구가 설문조사 전문기관 마켓포커스에 의뢰해 전국 16개시도 25~54세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3년 만에 실시한 설문 재조사에서 나타났다. 그 결과 조미료 제품을 보유한 응답자는 10명 중 8명, 실제 요리 시 조미료를 1번 이상 사용하는 응답자는 10명 중 7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조미료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응답자의 대다수(80%)는 MSG 조미료를 사용하면 “요리의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70%는 ‘요리시간 절약 등의 편리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옥시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 벌써 11년이 지났다. 인체 유해성분이 포함됐다는 의혹은 식품첨가물도 예외일 수 없다. MSG의 유해성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MSG의 진짜 폐해는 인체의 유·무해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는 데 있다. 특히 MSG의 문제는 글루타민산이 아니라 붙어 있는 소듐이다.  

MSG, 너무 맛있는 게 문제 ...적절히 활용하면 고마운 존재 

MSG를 많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소듐섭취도 늘어난다. 과도한 소듐 섭취는 고혈압이나 비만, 당뇨의 원인이다. 진짜 MSG의 죄는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감칠맛을 내는 능력이다. 값싸고 편리하게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어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맛을 내는 식당이 줄어들고 있다. 감칠맛이 너무 강하면 다른 맛을 죽이고 혀는 갈수록 더 강한 감칠맛을 찾게 된다. 

아무리 몸에 좋은 영양성분도 과하면 독이 된다. MSG가 그렇다. 입이 즐거워 중독되는 줄도 모르고 좀 더 강하게, 좀 더 맛있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많이 먹게 된다.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킨 후에야 알게 되는 것이다. 음식 맛의 획일화와 질 낮은 재료를 MSG로 덮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문제다. 미각이 둔감해진 사회의 식문화는 빈곤함과 단조로움을 벗어날 수 없다. MSG는 적절히만 활용한다면 이 땅의 바쁘고 힘든 주부에게 오히려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