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주도 방문 첫날 일정을 마쳤다. 제주 지역의 비교적 낮은 지지율을 의식한 듯 맞춤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특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등 중도·합리적 진보층 포섭에 초점을 맞췄다.
윤 후보는 5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참배를 시작으로 ‘제주 민심 훑기’에 돌입했다. 지난 1948년 일어난 제주 민중항쟁의 아픔을 위로하고, 민간인의 무고한 희생 없는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취지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제가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희생자 유족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양민의 무고한 희생에 대해 넋을 기리고 추모해야 한다”며 “그것이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해 평화와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후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을 찾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지난 십수 년간 지역 주민들께서 고통을 겪었다”며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어 “이곳을 정쟁이 아닌 통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겠다”며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 통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화 정신도 기렸다. 윤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팬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은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뇌에 찬 결단을 했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자주국방과 평화의 서막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는 대목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멈추기도 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진보층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점에 대해 존경심을 표한 발언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합리적 진보 진영의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후 윤 후보는 제주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정권교체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세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아울러 ‘대선승리의 봄’ 소식을 기다리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우리 국민의힘은 더 많이 변화해야 한다”며 “저부터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보수 개혁을 약속했다. 그는 “내편 네편 가리지 않는 통합의 정신, 쉽게 말 바꾸고 약속을 쉽게 뒤집지 않는 신뢰의 정치, 반드시 하겠다”며 거듭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제주 표심을 잡기 위한 맞춤 공약도 제시했다. 그는 “제주에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인 관광청을 신설하겠다”며 “제주를 수준 있고 세련된 세계 관광의 메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며 “국제자유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초대형 크루즈가 오가는 제주신항만을 조속하게 건설해서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해양쓰레기 처리장 신축 △친환경 폐기물 처리 시스템 구축 △제주 상급 종합병원 설치 △유네스코 1류 무형 문화유산인 제주 해녀 공원 센터 건립 △제주 4.3 특별법에 가족관계 특례 조항 신설 등을 공약했다.
끝으로 윤 후보는 “제주는 봄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라며 “제주에서 대선 승리의 봄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믿는다. 저 윤석열과 제주의 봄, 대한민국의 봄을 만들자”고 거듭 호소했다.
윤 후보는 동문시장 방문을 끝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장에는 윤 후보를 보기 위한 50여명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윤 후보가 시장을 지나다니자 시민들은 ‘정권교체 윤석열!’ , ‘화이팅’ 등을 외치며 지지를 보냈다.
윤 후보는 시장에서 만난 한 시민의 강아지를 쓰다듬고,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친근한 이미지로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윤 후보는 출구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함께 찍으며 일정을 마쳤다.
한편 윤 후보는 오는 6일 광주로 이동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국민 통합을 재차 강조한다. 지난해 11월 10일 ‘전두환 옹호 논란 발언’에 대한 사과 이후 석 달 만의 광주 방문이다.
제주=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